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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03일(월) 17:43 [성주신문]
 

↑↑ 배 형 호
수 필 가
ⓒ 성주신문

들판은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다. 겨울바람에 떠는 비닐이 차를 따라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간다. 고향 가는 길은 강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면 아치형 구조물이 고향으로 오는 손님을 반긴다. 도로를 가로지른 구조물에는 찬 계절인데도 노란 참외가 달려있어 이곳이 참외 주산지임을 알린다.
 
는 이곳을 지날 적마다 흥부의 박보다 더 크게 그려진 잘 익은 참외를 보며 농부와 참외의 인고의 세월을 생각해 본다.

나도 참외 농사를 지어본 적이 있다. 당시에 친구와 고향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저녁이면 지서에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하는 야간방위 근무였다. 친구와 돌아오는 봄에 참외 농사를 짓기로 계획을 세웠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경운기를 몰고 야간 근무를 위해 출발했다. 눈보라 속을 달려가는 경운기 적재함에는 우리의 젊음과 꿈이 실렸다. 비료 값이 부족했던 우리는 동네에서 오줌장군을 모아서 경운기 적재함에 가득 실어 놓고 아침 퇴근시간이면 재래식 변소의 분뇨를 퍼서, 집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논에 뿌렸다. 면소재지에 있는 관공서의 변소는 다 퍼다가 한겨울 두 달을 그렇게 뿌렸다. 그 해 참외 농사는 친구와 나에게 흥부의 박을 안겨 주었다.

지금은 대형 하우스에서 조기재배로 들에 쑥이 나오기도 전에 잘 익은 참외를 따낼 수 있지만, 삼 십여 년 전 그때는 누렇게 익은 보리 냄새에 뻐꾸기 울음소리가 실려 올 때쯤 첫 열매를 땄었다.

나는 여름철 노란 껍질속의 하얀 속살에 단물을 안고 있는 참외를 먹으며 겨울과 봄을 지나온 참외의 아픔을 안다.

참외는 참외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라서 참외가 달리는 것이 아니다. 호박 모종과 접붙이기를 해야 한다.

지금은 모종을 종묘장에서 옮겨심기 할 수 있을 만큼 키워서 공급해 주지만 당시에는 모종을 직접 키웠다.

상토를 담은 비닐봉지마다 방에서 싹을 틔운 호박씨와 참외씨를 함께 심는다. 보름 후 떡잎이 나고 속잎이 나오면 접붙이기를 시작한다. 호박은 속잎을 파내야한다. 속잎을 파낸 자리에는 터질 듯 맑은 눈물이 맺힌다. 그러나 농부는 모른 척해야 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상처 난 자리는 아물고, 아픔을 속으로만 삭여온 호박모종은 성냥개비 같은 줄기가 나무젓가락처럼 튼튼한 몸으로 자란다.

그러면 농부는 또 한 번 호박에게 변신을 기대하며 줄기의 허리쯤에 대각선으로 상처를 낸
다. 상처 난 자리에서 피 같은 진액이 나와 상처부위를 감싼다.

농부는 빠른 손놀림으로 이쑤시개 굵기의 참외 줄기에 반 정도 대각선으로 칼집을 내어 호박에다 접붙이기를 한다. 호박에서 나온 진액이 참외의 아픔을 감싼다.

농부는 마지막 손질을 위해 문종이를 잘라 만든 끈을 상처 부위에 감아 주면서 돈이 주렁주렁 달리기를 기원한다.

참외는 호박의 몸을 빌어서 새로 태어나고 호박은 운명인양 참외를 감싸고 받아들인다. 호박은 튼튼한 뿌리로 길을 찾고 한 몸이 된 참외는 새색시 마냥 수줍어하던 고개를 들고 비바람을 견디며 고운 열매를 맺는다.

밤마다 개구리는 애타게 울어대고 그 울음소리에 놀란 모는 밤낮 없이 쑥쑥 자랄 때 계절은 여름의 가운데로 와 있었다. 농부에게 황금 열매를 안겨주고 생을 마친 참외 덩굴을 뽑고 마지막 모내기를 마치면 산과 들은 하나가 된다.

그 해 여름도 다 갈 무렵 나도 누군가에게 호박 뿌리 같은 사람이 되려고 이웃 동네에 사는 처녀 댁을 몇 번 찾아 갔었다.

풀벌레 소리 작아지고 귀뚜라미 소리 크게 들려 올 때까지도 대답을 듣지 못한 나는 흙 대신 쇠붙이와 친해졌었고 그 처녀를 잊기로 했다.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 설레는 고향이건만, 요즘 고향 가는 길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 농산물 개방 반대, 수입 반대 등 붉은 현수막이 고향으로 오는 손님을 맞는다. 상생 할 수도 있으련만 각자의 목소리만 더 높다.

잘 포장된 도로를 차들은 바쁘게 달리고 고향은 아무 곳에나 있는 차창을 스쳐 지나가는 시골 풍경 일뿐 고향도 손님도 마음을 열어 주지 않는다.

고향 가는 길에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아내가 첫 아이를 가졌을 무렵 처녀 댁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고 고향 아주머니가 말했다.
성주신문 기자  sjnews56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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