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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의 유척
2019년 06월 05일(수) 16:27 [성주신문]
 

↑↑ 정근식 국민연금공단 김천성주지사장
ⓒ 성주신문


사무실에서 직원이 민원인과 티격태격하고 있다. 음료수 때문이다. 민원인은 20여년 동안 국민연금을 가입하여 연금 청구를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이번이 두 번째라 처음 상담을 받으면서 직원이 친절하게 해 주어서 답례로 음료수 1박스를 가져왔는데, 직원이 거절을 한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려 했건만 직원이 받지 않아 섭섭해 했다. 직원은 마음만 받겠다며 몇차례 양해를 구한 뒤, 민원인에게 음료수를 다시 가져가도록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공단의 청렴문화는 많이 정착되었음을 느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에게는 두 가지 징표가 있었다. 마패와 유척(鍮尺)이다. 마패는 신분을 알려주는 징표이고 유척은 범죄 흔적을 조사하는 수단이다. 당시 세금을 현물로 징수할 때 눈금을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지방관청의 눈금조작을 확인하기 위해 암행어사는 필수품으로 유척을 가지고 다녔다. 유척은 20cm 정도 되는 놋쇠로 만든 눈금자인데, 도량형의 정확도를 판별하는 표준자였다. 유척은 부정 수탈한 흔적을 조사하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유척의 존재로 부정을 예방하는 기능까지 했다. 유척은 암행어사와 함께 사라졌지만 부정을 막는 의미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대적인 유척이 있다.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하는 청탁금지법이다. 정부는 2015년 청탁금지법을 제정하여 과거보다 부정부패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공공기관의 부패방지 실천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매년 평가를 한다. 해당 기관 임직원 및 거래 직원에게 인사청탁 여부, 금전수취 여부, 청렴문화 정도 등을 조사하고 공익·부패신고 활성화 정도를 확인하여 그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1월 말, 2018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 발표가 있었다. 대상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여 270개 기관이다. 일부 기관에서 반부패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이 부족하거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은 노력의 결과 반부패지수가 향상되었다. 그 평가에서 우리 공단은 3년 연속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았다. 지속적인 청렴문화에 대한 전직원의 교육과 실천 덕분이다.

최근 공단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청렴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직원들에게 청렴을 일깨우기 위해 청렴문화 축제, 모니터링, 각종 캠페인,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언론 등을 통해 우리 공단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많이 개선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금전적인 행위만을 부패행위로 인식했던 과거와는 달리, 부패행위를 판단하는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뇌물수수, 횡령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불친절, 불성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한 남용과 사적인 일탈까지도 부패로 인식하고 있다.

진정한 청렴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민원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친절을 베풀고 신속하게 응대하여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청렴한 공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척은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었지만 한편 백성들의 삶을 돌보게 하는 역할도 했다. 세금을 정확하게 걷도록 했고, 범죄 현장의 시비를 옳게 가려 억울한 백성을 구제하기도 했다. 요즘 유척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유척의 물리적인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청렴문화가 더 빠르게 정착되어 물리적인 유척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주신문 기자  sjnews56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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