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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한편 - 경상도 사람이라서
2019년 10월 29일(화) 10:04 [성주신문]
 

↑↑ 박 덕 희
작가
ⓒ 성주신문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나

말 한 마디에
반갑다 서글프다 눈물 난다 보고 싶다

한 마디로 답했다

-잘 지내여

괜찮게

잘 지내고 있어

가끔,
언니가 보고 싶은 날을 빼고는······

『생각하면 눈시울이』, 이다은(강물처럼, 2009)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시인동네(2014)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은 왠지 꿀꿀해진다. 오뉴월 땡볕에 배슬배슬 강낭콩 이파리마냥 척추 뼈가 녹아내리는 듯 눕고만 싶은 날. 추적이는 비가 내 몸에 밴 물기를 불러내는 것인지, 경상도 사람들의 무뚝뚝함 뒤에 숨은 진한 마음에 물기가 닿은 것인지. 언니의 말 한 마디. 잘 지내나. 언니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반갑고 서글프고 눈물 나고 보고 싶은 동생. '언니가 보고 싶은 날 빼고는..... 괜찮게/ 썩/ 잘 지내고 있'다는 목구멍으로 삼킨 말에 울컥해진다. 선(善)은 묻어둘수록 힘이 있고, 슬픔은 감출수록 커지는 법이다. 시는 자기를 풀어헤치는 게 아니라 졸라매는 것이라는데. 경상도 사람이라서 아버지께 고백도 등에 아무도 몰래 하고선 혼자만 볼 거란다. "신기한 펜을 샀어요./ 글자를 썼는데 보이지 않아요./ 뚜껑에 있는 파란 후레쉬로 비추었더니,/ 그제사 글자가 나타나요./ 참 요상한 물건이죠./ 오늘은/ 아버지의 굽은 등에 몰래 낙서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 혼자만 볼 거예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쉿」, 전문)
성주신문 기자  sjnews56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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