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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하나님의 값 없는 명약이다
2020년 02월 04일(화) 10:10 [성주신문]
 

↑↑ 배 태 영
경희대 명예교수
ⓒ 성주신문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냈다. 조금 전까지 분명 빈손이었는데 순간 붉은 장미가 들려 있었다. "우와~." 10여 명의 할아버지·할머니가 좋아라 박수를 쳤다. 이번엔 키에 쌀을 놓고 덮개로 덮었다가 열었다. 쌀 대신 튀밥이 가득했다. 한 웅큼씩 할머니들에게 나눠 주고 그도 먹었다. "자, 모두 웃으세요. 하하하!"

얼마 전 전북 정읍시 산내면 정금리 경로당을 웃음으로 채운 그는 정읍 칠보 우체국 집배원 김천수(48)씨다. 그는 매일 산내면·산외면 일대에서 90∼130km를 돌며 800∼1000통에 달하는 우편물을 배달한다. 하지만 그가 실어 나르는 건 우편물만이 아니다. 웃음치료사이고 파티 마술사인 그는 웃음도 마술도 함께 나른다.

2006년 3월 27일 이전의 그라면 상상 못할 하루하루다. 술·담배·사람을 좋아하던 그는 그날 직장암 4기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1일 뒤 수술을 받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때 인터넷에서 '웃음으로 암을 물리친다'는 것을 봤다. 그 길로 광주의 웃음치료사 과정에 등록해서 6개월 만에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살기 위한 웃음이었다. 관내의 경로당, 노인대학 등을 찾아다니면서 그도 웃고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웃고 즐거워하게 했다. 그리고 파티 마술도 배웠다.

암 발병 6년째인 그는 2011년 2월 병원에서 "1년 뒤에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중증환자를 '졸업'했다는 축하 서신도 받았다. 별 이상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자신의 5년여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제2의 인생입니다. 그분들을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 덕분에 저는 새 삶을 다시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웃음치료는 웃음을 통해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치료법이다. 현대적 의미의 웃음치료는 미국의 유명한 잡지 Saterday Review의 편집장이었던 노먼 커즌즈로부터 시작되었다. 1964년 그는 500명 중 1명도 완치되기 어렵다는 강직성 척추염에 걸렸으나 코미디 방송을 보고 웃을 때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알고, 웃음으로써 1년만에 완치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의학계의 많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건강한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웃음 효과를 실험했다. 한 시간 동안 웃음이 터지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에 몸 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조사했는데 암을 억제해주는 호르몬이 평소보다 200배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을 때 몸 속의 650개의 근육 중 231개의 근육이 움직여 상체는 물론 위장, 심장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1분을 웃으면 2일을 더 산다고 한다. UCLA 의과대학의 알리 프리드 박사는 사람이 하루에 45분만 웃으면 고혈압이나 스트레스 같은 현대적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웃음치료에 대한 연구보고는 이 박에도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웃음에 인색한 편이다. 미국 사람들은 하찮은 일에도 곧잘 웃고 기뻐한다. 미국의 암 전문의인 김의신 박사는 암에 관련하여 이런 얘기를 한다. "30년 동안 매일 암 환자들을 봤다. 환자들을 처음 맞닥뜨리면 '이 환자는 치료가 잘 되겠구나', 아니면 '안 되겠구나', 짐작이 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암에 걸렸어도 담대하고 비교적 잘 웃고 표정이 밝은 환자는 치료가 잘 되고, 암 치료를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걱정이 태산인 사람은 잘 낫지 않는다. 가만 보면 재미교포나 한국에서 온 환자들은 유난히 근심이 많다. 그리고 CT를 찍으면 그날부터 그 수치에 목숨을 건다. 약간 나빠졌다고 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병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도 제풀에 자기가 죽는 꼴이다. 그러나 미국 환자들은 환자 같지 않은 환자가 많다. 항암 치료 사이에 태평스럽게 골프를 치거나, 악기를 신나게 연주하는 이도 많다. "하늘나라에 먼저 가 있을 테니 나중에 보자"고 농담을 하며 환히 웃는 환자도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사람이 잘 낫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 몸에서 암 세포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면역세포가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인데 이게 많으면 암 치료가 잘 되고 암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항상 웃고 즐겁게 사는 사람에서 이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생을 밝게 보고 웃으며 사는 사람이 암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것은 이제 의학계에서 정설이 되어 있다.

웃음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예방심장학과 마이클 밀러 박사는 미국심장학회(AHA)에서 심장병에 관한 한 '웃음이 명약'이라는 옛말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억지로라도 웃으라. 우리 신경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반응한다고 한다. 노먼 커즌즈는 통증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음으로써 난치병을 이겨냈다.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마음에 기쁨이 생기고, 암세포라도 제거하는 자연살해세포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킨다. 웃으라! 웃음은 하나님이 값없이 주신 만병통치의 명약이다.
성주신문 기자  sjnews56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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