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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적 존재’가 아닌 ‘독립적 존재’
2020년 07월 07일(화) 18:30 [성주신문]
 

↑↑ 성주발전후원회 회장
ⓒ 성주신문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주변에서 '늙었으니 이제는 편히 쉬라'고 말하자 이렇게 반문했다. '만일 내가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한다면 결승점 가까이 가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온힘을 다해 질주하는 것이 좋겠소?'

세계적인 축구감독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역시 은퇴시기를 묻는 질문에 '은퇴는 보다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늙어서 은퇴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은퇴하기에 너무 늙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은퇴는 없다' 고 답했다.

노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아니, 바뀌어야만 한다. 고령화 문제는 이제 세계적인 화두이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하나는 사람들을 늙지 않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일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전자는 불가능하다. 아니,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문제가 닥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해결책은 두 번째 방안, 노인이라는 개념의 재정립이다.

노인에 대한 기준은 과거와 달리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평균 수명이 40대에 불과했던 조선시대에 60세가 되면 회갑연이라는 잔치를 벌였다. 오래 사는 노인이 많지 않았던 사회에서 장수를 축하하는 연회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회갑연을 여는 이가 있다면 그다지 고운 눈초리를 받지 못할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으로 규정하는 나이는 65세이다. 그 나이조차 노인 대접을 받을라치면 선배 어르신들로부터 호통받기 일쑤다. 이미 70대, 80대, 90대 노인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60대는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직은 노쇠하다고 보기 어렵다. 단지 나이만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인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선 노인은 왠지 힘없고, 병들고, 무기력하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노인이라는 단어 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실버, 연장자, 어르신, 시니어 등 다른 호칭을 쓰기도 하고, 아예 노인이란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찾자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프랑스의 중세사 연구자인 조르주 미누아는 '노년의 역사'라는 저서를 통해 서양사에서 시대 별로 노인이 어떻게 인식돼 왔는지 되짚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시대를 통틀어 노인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 경우는 없었다. 부정적인 인식이 훨씬 강했다.

지금의 세계는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노인의 시대'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노인의 신체적 능력이나 경제적 능력, 학식 등 이전의 노인과는 대비되는 '슈퍼 노인'의 비율 역시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을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노인을 '의존적 존재'가 아닌 '독립적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노인은 사회를 책임지는 계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임기 내내 줄기차게 강조했던 어젠다이다.

고령화를 '경제적 재앙'으로 규정하는 의식도 경계 대상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오해가 분명 하다. 젊은 사람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며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몇 가지 통계만 살펴봐도 당장 오류가 발견된다. 통계청의 2014년 사회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단독세대가 42.7%(1994년) 에서 57.7%로 크게 늘었다. 자산소득자는 10.5% 에서 15.4%로, 연금 소득자는 2.9% 에서 21.4% 로 10배 가까이 많아 졌다. 노인이 점차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음을 알려주는 객관적인 통계 지표이다.

노인을 젊은 세대가 온전히 부양해야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경제 활동 인구와 노인 인구를 단순히 대비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산술적 셈법으로 노인에 대한 이미지만 흐려놓을 뿐이다.

노인의 능력이 신장된 만큼 '부양받는' 이미지로부터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건강하고 능력 있는 노인들이 넘쳐난다. 언제까지 이들을 사회의 노동 영역에서 소외시키고, 몇 십년간 쌓아온 삶의 경험을 그냥 사장시키려 하는가.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사람이었다. 우리는 넓지 않은 땅덩이에 자원도 부족한 산지가 대부분인 작은 반도 국가였다. 열강 속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저력은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었다.

'사람'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 강화와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존 세대를 이루는 인구의 제대로 된 활용도 더없이 중요하다. '쓸 만한' 노년층을 그저 부양받는 존재로 주저앉히지 말자. 이들이 가진 수많은 노하우를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사회를 책임지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성주신문 기자  sjnews56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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