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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그날 그때
2020년 08월 11일(화) 16:45 [성주신문]
 

↑↑ 배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 성주신문



그때 우리는 거의 일본인이 되어 있었다. 성을 일본식으로 바꾸고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개명한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해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어상용'이라고 해서 일상 사용하는 말은 일본말이다. 학교에서 무심결에 조선말을 썼다가 완장을 두른 간호생에게 발각되면 그날 간호일지에 기재되고 방과 후에 남아서 청소하는 벌을 받았다.

학교의 하루 일과는 전체 조례로 시작된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제일 먼저 동방요배를 한다. 동방의 일본 황제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최경례를 하고 난 다음 큰 소리로 '황국신민의 선서'를 외친다. "①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②우리는 마음을 합하여 천황폐하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③우리는 인고단련하여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교장실 문 위에 '국체명징'(國体明徵:국가의 존엄을 명확히 나타냄), '내선일체'(內鮮一体:일본과 조선은 한 몸), '인고단련'(忍苦鍛鍊:괴로움을 참고 심신을 단련함)이란 표어가 붙어 있고, 그 위에 명치천황의 교육칙어가 들어있는 자주색 함을 모신 선반이 있다. 그래서 교무실을 드나들 때는 그 함을 향하여 절을 해야 한다.

입학식이나 신년식 같은 의식을 행할 때에는 먼저 흰 장갑을 낀 수석 교사가 교육칙어 함을 두 손으로 높이 받들고 들어와서 교탁위에 놓는다. 그때 모두 머리를 숙인다. '기미가요'(君王의 世系는) 국가 합창을 한 다음, 교장선생이 근엄한 목소리로 교육칙어를 낭독한다.

"아 황조 고조 (我皇祖高祖) 나라를 창시함이 고원(高遠)하며 덕을 세움이 심후(深厚)하도다"로 시작하여… "부모에 효행하고 형제 우애하며, 부부 서로 화목하고 붕우(朋友) 서로 믿으며… 명치○년 ○월 ○일. 어명(御名) 어새(御璽: 임금의 도장)"로 끝날 때까지, 우리 독립선언서 만큼이나 긴 문장을 머리를 숙이고 숨을 죽이며 경청해야 한다.

일본식 창씨(創氏)는 대체로 두 자이다. 예를 들어 김(金)씨는 성을 따라서 '가네모토'(金本), '가네야마(金山)', '가네하라'(金原) 등으로, 성산 이씨(星山李氏)는 그 본관을 따라서 '호시모토'(星本), '호시가와'(星川) 등으로 하고, 어떤 이는 한자를 파자(破字)해서 李씨를 '기노코'(木子), 夫씨를 '덴노'(天乃)로 하기도 했는데, 부병하(夫炳夏)라는 사람은 그의 성명이 일본어 발음으로 '덴노헤이카'가 됐다. 이것은 '천황폐하'의 일본어 표음과 같으므로 그의 이름을 바꾸라고 했으나 고집하다가 감옥에 갔다고 한다.
개성(改姓)·개명(改名)을 찬양하는 유명 가수의 목소리가 밤낮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1년에 한두 번씩 전교생이 지금의 성주여중고 정원 자리에 세워진 목조의 일본 신사에 가서 참배했다. 팔을 뻗혀 세 번 크게 손벽을 치고 머리를 숙여 대동아전쟁의 승리를 빌었다.

전쟁놀이도 자주 했다. 엷은 판자로 개머리판을, 대나무로 총대를 해서 만든 모의총을 둘러메고 들로 산으로 편을 갈라 다니며 성주읍내까지 들러서 돌아오곤한다. '귀축미영(鬼畜米英)!', '미영격멸(米英擊滅)!'을 부르짖으며 적개심을 격앙시키고 '대동아공영권 건설(大東亞共榮圈建設)!'을 외치면서 동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북돋우기도 했다.

1941년 12월 8일, 일왕이 영·미에 선전포고를 한 날을 기념해서 매월 8일을 '대조봉대일(大詔奉戴日: 임금님의 명령을 경건히 받은날)'로 정하고 특별 행사를 했다. 특히 그날은 평소에 헌 고무신, 빈 유리병, 녹슨 쇠붙이 등 폐품을 수집해 두었다가 학교에 가져간다.

휘발유 대용으로 전쟁에 필요한 송지유(松脂油)를 짜내기 위해 송진이 엉긴 관솔을 채취해 두었다가 대가면 대천동에 설치된 송지유 가마솥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짊어지고 간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농가에서는 농사를 지어도 '공출(供出)'이라고 해서 공정가격으로 나라에 바치고, 대신 일정량의 배급을 받아서 먹고 살았다. 배급품 중에는 만주에서 수입한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도 있었는데 거의 썩어서 흉한 냄새가 났다. 공출 배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면 서기와 주재소 순사가 가택수색을 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징집으로, 장년들은 징용으로 처녀들은 정신대로 우리의 수많은 일꾼들을 희생으로 바치면서 전쟁을 계속해 나갔다.

그런데 1945년 8월 15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일왕이 미·영·중·소 연합군 앞에 무조건으로 항복하는 선언을 했다. 정말 꿈만 같았다. 이 소식을 듣고 경산국민학교(현 성주초등학교)의 어떤 조선인 선생은 학생들 앞에서 "나라가 망했다"며 통곡을 했다고 한다. 일본인 성주우편국장은 일본도로 절복(切腹) 자살을 했다. 누군가가 일본 신사에 불을 질렀는데 아직 무장해제를 하지 않은 일본 경찰이 이것을 보고 일본도를 빼어 휘두르며 발광을 했다.

그러나 곧 일본인은 보따리를 싸고, 미군이 껌을 씹으며 진주했다. 끌려갔던 아들이 돌아오고, 잡혀 갔던 아버지가 풀려났다. 올해는 논의 벼도 풍작이다. 참 주인을 만난 벼 이삭도 바람에 춤을 추며 주인을 반가이 맞아 주었다.
성주신문 기자  sjnews56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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