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환(시인·성주문학회)
졸업한 다음 날 아이들 셋이 학교를 찾아왔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학교가 그새 잘 있는지 궁금했을까, 아니면 떠났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을까…… 교무실에 들러 인사를 하고 학교 한 바퀴 휘이 둘러보고 떠나는 아이들을 현관 밖으로 배웅하면서, 아이들과 보낸 3년 세월이 교문 밖으로 아프게 떨며 사라지는 걸 보았다. 오래 오래 보았다.
세 녀석이 모두 힐끔힐끔 뒤돌아보면서 어떤 녀석은 고개를 꾸벅하고 어떤 녀석은 겨울 나뭇가지 같은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저 팔뚝에 싱싱한 물이 올라 꽃 피고 새잎 무성할 날을 그려보면서, 전날 마지막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다 가르쳤다, 학교서 배울 건 다 배웠다. 이제 남은 건 너희 자신이다.” 그땐 “더 가르칠게 없으니 하산하라”던 옛이야기 속 허연 수염의 노스승을 조금 흉내내 본 것이었지만, 다시 아이들을 교문 밖으로 내려보내며 나는, 이 아이들과 험한 파도에 부딪혀도 침몰하지 않을 작은 노 하나씩을 주고받았다는 느낌으로 깊어졌다.
아이들이 왔다 간 소문이 돌자 몇몇 아이들이 메일을 보내왔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도 그 날 꼭 학교 가고 싶었어요…….” 애석하다,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