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생활은 매우 규칙적이고 엄격한 통제 하에서 운영된다. 개인적 자유가 없고, 주거환경이 제약되는 위에 가끔 기합이라는 이름의 가혹행위가 있어서 군대생활을 기피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런 것들 말고 우리가 논산훈련소에 들어와서 훈련이 시작되자 겪었던 또 다른 고충은 빈대와 이의 공격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고된 훈련생활은 그전에 미처 그런 경험이 없던 훈련병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훈련장을 떠나기 전에 각자의 물통에 물을 채워서 떠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훈련생활을 하는 동안 전우들끼리 담배나 건빵 같은 것은 서로 유무상통을 하지만 물만은 결코 나누어 마시는 법이 없다. 언젠가 몹시도 무더운 날 야전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는데 가져갔던 물은 이미 동이 났고 심한 갈증을 참을 수 가 없어서 흘러가는 도랑물을 마신일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도랑물을 마신 일은 이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훈련이 이렇게 고달플 때는 야간에 잠을 편히 자야 되는데 막사가 후덥지근한데다 빈번한 빈대의 공격으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온몸 어느 부분이든 기어 다니다가 피를 빨고. 간지럽고 불쾌한 정도는 빈대에게 물려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혜를 모아 빈대를 물리치는 묘안을 짜내기로 하였다.
낮 동안은 숨어있던 빈대가 밤이 되면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활동하는 것이다. 그때 널리 사용하던 빈대 약으로는 DDT가 있었다. 논산훈련소 빈대는 DDT에 저항력이 있었던 건지 아무 효력이 없었다. 우리들이 짜낸 아이디어는 빈대는 기는 곤충이고 기다가 물을 만나면 빠져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병사들 침상 네다리에 상당량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사각형 나무통을 부착하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하루 이틀 빈대의 침공이 없어져 우리들은 숙면을 취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칠 지난 후 다시 빈대가 우리 배 위를 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침상다리를 통해서 침대로 기어오르지 못하게 되니까 이 빈대가 막사 천정으로 기어 올라가서 우리들 몸 위로 낙하를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생활력이 강한 훈련소 빈대의 IQ는 도대체 얼마나 될런지? 그 뒤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훈련소에는 빈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독한 빈대라도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구충약은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빈대는 아주 멸종한 것일까? 생활력과 개척정신이 강한 논산 육군훈련소의 빈대를 더는 볼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한 때가 있다.
다음 호에는 ‘팬티 도난사건’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