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스럽게 피어나는 느타리버섯으로 꿈을 키우던 한 젊은 농민이 부지불식간에 덮친 화마(火魔)로 큰 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가는 금수면 중리 김모(43) 씨. 불은 지난 8일 오후 7시20분 경 발생해 약 1시간만에 4층 짜리 버섯 재배사 3,184㎡를 전소시키고 소방서 추산 4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건물 내부의 재배 중인 느타리버섯과 종균 및 자재, 망가진 중장비, 냉동기기, 배합기 등을 고려할 때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재 초기 곧 귀국할 예정이었던 필리핀 종업원이 4층 건물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것을 가까스로 구해내 인명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화재원인은 일단 전기누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완전 붕괴되어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화재 당시 건물 벽체의 샌드위치 판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고, 물을 뿌려도 판넬 내부 소화가 어려워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나자 소방관 등 41명(소방20, 경찰2, 의소대15, 기타4)의 인원과 12대(펌프6 ,탱크3, 화학 지휘1 ,구조1, 구급1, 기타1)의 장비가 긴급 출동해 화재진압에 임했다.
한편 김 씨는 부농을 꿈꾸며 종균생산→새송이→느타리버섯 재배로 전환하면서 전력을 기울여 오던 중 태풍 루사와 매미로 2년 연속 물 폭탄을 얻어맞고 2억원 이상의 큰 손실을 입었으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가운데 재기에 안간힘을 써오던 김 씨는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면서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찾기에 이르렀으나 이번 화재사고로 또다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 씨는 망연자실한 가운데서도 인명사고가 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주변의 격려에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화재현장에 구겨져 뒤엉켜 있는 철판과 엿가락처럼 휜 빔 등을 보면서 김 씨의 용기를 북돋아줄 적절한 지원과 온정의 손길이 절실해 보였다.
/서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