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면소재지를 지나칠 때마다 30번 국도 노선에 대해 의아심을 갖는다. “이 도로는 왜 면소재지를 양분하고 설계 됐을까” “이 도로가 대구의 압출요인들을 선남면이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작용할까”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뭐 이런 생각들이다.
도로는 성주에서 급하게 신부다리를 돌아 주위 보다 10여m이상 높다랗게 우측으로 휘어지며 선남면소재지를 양분하고 대구방향으로 이어진다. 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동북쪽은 높다란 30번 도로가, 서남쪽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는 형상이어서 왠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필자는 만약 이 도로가 신부교를 건너지 않고 하천 둑을 따라 명인고, 광영삼거리 쪽으로 이어졌더라면 관화리 쪽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동암리 쪽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며, 신부교의 교통애로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 몇 사람의 생각을 물어봤다. 그들의 생각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통과하는 차량들이 소재지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고 휙 지나쳐 버려 장사가 안 된다는 푸념은 차치한다손 치더라도 소재지 전체가 왜소해 보이고, 관화리 쪽은 높은 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야 하니 꼭 먼 이웃동네 가는 느낌이 들며, 동암리 쪽도 강을 건너야 하니 다른 동네 같다는 느낌이란다. 면소재지가 그야말로 3등분 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주민들도 십 수년 전 설계 당시 이런 점을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당시에도 지금의 노선에다 평면교차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더해 3가지 방안을 놓고 2∼3차례 공청회 등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원인은 엉뚱하게도 다른데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주민 여론을 주도하던 모 인사를 비롯한 지주들의 야합으로 노선이 결정되었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도로가 점유하는 지주들은 보다 많은 보상비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어떤가. 도로가 높아지는 바람에 주변 농지들은 가치가 떨어졌고, 면소재지는 미래 변화를 수용하기 힘든 모양새로 변했으며, 주민화합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길은 소통과 이음의 기능이 가장 돋보여야 하고 편리해야 하며, 오랜 기간 변화요소를 잘 흡수할 수 있어야한다. 노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몇 사람의 소아적 이해관계에 의해 두고두고 원성을 산다면 오욕이자 어리석음의 산물이다.
33번 국도가 월항에서 학산리, 금산리, 예산리를 거쳐 성밖숲 30번 국도와 연결되지 않고 삼산리와 성산리의 산을 깎아 만든 것도 혹시 이와 비슷한 경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