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철이면 비슷비슷한 사고가 소중한 사람 목숨을 앗아간다. 여름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건 위험에 노출되며, 들뜬 마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불의의 기습’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복병’은 번개, 뱀, 식중독 등 다양하다. 신나는 휴가지에서 우리의 행복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불청객들의 정체와 대피법을 알아보자
사람 잡는 ‘귀환 번개’
번개는 한여름에 흔히 보는 자연현상이다. 번개를 자세히 관찰하면 맹랑한 상상만은 아니다. 번개는 검고 수직방향으로 발달한 적란운이 만든다. 이 구름은 고도 1500∼1만2000m에 걸쳐 있다. 이 구름의 상하 온도차가 최고 100℃까지 나며, 번개는 바로 이같은 구름 내 온도차 때문에 발생한다. 전기를 띤(하전) 구름 안의 난류가 하전 상태의 지표면과 만나면 강한 전기장이 형성되고 그 곳에 갇힌 공기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방전해 버리는데 이것이 번개다.
구름에서 땅으로 내리꽂힌 번개는 다시 구름으로 돌아간다. 그 시간은 10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는다. ‘하강번개’와 ‘귀환번개’는 속성이 전혀 다르다. 하강번개는 그 속도가 지구에 진입하는 우주선의 평균속도(약 4만km/h)와 비슷하지만 귀환번개는 시속 9000만km나 된다. 전류도 무시무시해서 2만5000℃(태양은 5000℃)온도를 띤다. 우리가 목격하는 번개는 바로 귀환번개다.
번개는 그 속도와 열로 주변 공기를 일시에 밀어낸다. 내밀린 공기는 더 바깥의 공기와 부딪쳐 충격파를 양산하고, 그 충격이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바로 천둥이다. 번갯불에서 3km이상 떨어진 곳에서 들으면 ‘쿵 우르릉’하고 들리지만 운이 나빠서 번갯불 50m이내에 있으면 딸깍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난 뒤, 마치 옆에서 거대한 채찍으로 후려치듯 ‘쩍’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심하면 귀가 먹는다
번개는 주로 높은 나무를 때린다 그러면 전류는 비에 젖은 나무의 수분막이나 수피 안쪽의 습기 찬 층을 따라 땅으로 흘러든다. 벼락은 가장 굵은 뿌리를 타고 수평으로 뻗어 가는데 그 굵은 뿌리가 지표면에 있다보니 나무 아래에서 감전사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에는 매일 1800여 개의 번개가 친다.
잠수함 같은 식중독
올해에도 벌써 적지 않은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균은 노로바이러스,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 다양하다. 많은 사람이 조심하는데 식중독균은 어떻게 병을 유발하는 것일까. 살모넬라균을 통해 들여다보자.
이맘때가 되면 주방에는 세균이 우글우글하다. 그 중에 살모넬라균도 끼어 있다. 길쭉한 타원형인 이 균은 어찌나 작은지 900마리를 한데 모아 놓아도 보일락말락한다. 크기는 작지만 외모는 번듯하다. 확대해 보면 마치 조그마한 잠수함 같다. 털도 1만5000여 개나 돋아 있다. 행주는 이 균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다. 축축한 그릇건조대 등도 그에 못지 않다.
일단 터를 잡으면 살모넬라균은 조용히 산다. 그리고 얕은 물에 몸을 담그고 둥둥 떠다니는 음식찌꺼기 등을 몸에 난 털로 끌어당겨 섭취한다. 운이 좋은 균들은 사람 손으로 옮아간다. 세균에게 사람의 손은 울퉁불퉁하고 질퍽하고 기름진 평야다. 그 곳에서 균들은 칼슘과 나트륨, 포도당 등을 맘껏 섭취하며 번식한다. 문제는 손에 살고 있는 다른 단세포 생물이 살모넬라균을 공격한다는 점이다. ‘옥토’를 지키려 농축액(항생물질)을 뿜어대는 것이다.
살모넬라균도지지 않는다. 자기만의 항생물질이 체내로 들어와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을 제압한다. 후유증은 심각하다. 탈이 나거나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다.
숲속 동물의 ‘기습’
뱀은 외모도 촉각도 쌀쌀맞다. 게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도망가기 바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뱀에 물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뱀의 위험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뱀 종류는 2천500여종, 그 가운데 200여 종이 독사다 그 독사들이 한 해에 3만∼4만명을 물어 죽인다.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는 뱀독은 두 가지다. 신경독과 출혈독, 신경독은 독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코브라 같은 신경독 뱀에게 물리면 신경계가 마비되고, 혈액이 젤리처럼 되어서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는 다행히 신경독 뱀은 없다. 대신 출혈독 뱀이 있는데 살모사 칠점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출혈독은 체내 단백질을 녹이고 혈액을 변형시킨다. 물론 독성이 강하면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망 확률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만큼 높지는 않다.
뱀에 물리면 독사에게 물렸는지부터 확인한다. 이빨 자국이 1cm간격으로 두 개 혹은 한 개 나 있으면 독사가 거의 분명하다(반면, 이빨 자국이 작고 일정하게 네 줄로 나 있으면 독 없는 뱀이다).
출혈독 뱀에 물리면 국소 동통. 부종. 구토. 오심. 미세한 떨림 같은 증상이 발현된다. 증세가 나타나기 전이면 일단 119에 신고하고, 교상( 傷) 부위를 비눗물로 닦아낸다.
그리고 고무밴드나 봉대 등으로 정맥혈류만 차단되도록 적당히 압박한다. 만약 손 부위를 물렸으면 반지나 팔찌 등은 뺀다. 간혹 칼로 째서 입으로 독을 빨아내면 안전할 거라 믿는 사람이 있는데 한마디로 무모한 짓이다.
모기도 작지만 사람을 엄청 괴롭히는 동물이다. 모기가 사람의 피를 뽑아먹는 모습은 마치 도굴꾼을 연상시킨다. 살을 베고 그 틈에 ‘침’을 내려뜨리고, 그 틈이 메워지지 않게 항응혈제를 토하고... 침이 동맥에 꽂히지 않으면 모기는 다시 두 번째 화학 물질을 주입한다.
피부 일부를 걸쭉하게 만드는 세제 같은 물질인데 거품이 걷히면 모기는 그곳에 주둥이를 대고 피를 즐긴다. 운이 좋아 모기를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살 속에 남은 항응혈제와 세제 물질 탓에 몇 시간은 긁어야 할 것이다
얕은 물도 얕보지 마라
익사사고 가운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최고 수심이 1.5m도 안 되는 강에서 170cm가 넘는 멀쩡한 아저씨가 빠져 죽는 상황,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하나, 바로 공포심 때문이다. 사람은 물에 빠지면 창졸간에 무서움에 휩싸인다. 그리고 곧바로 패닉 상태에 돌입하면서 허우적거린다. 이때 불행하게 기도로 물이 유입되면서 후두경련이 일어난다. 후두경련은 원래 폐로 필요 없는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어난다.
그런데 물이 기도로 스며들면서 이 증상이 발생하고, 그 바람에 공기의 흐름이 차단되어 산소가 폐로 유입되지 않는다. 결과는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저수지나 강 같은데 빠지면 담수가 폐로 유입되고, 담수는 삼투압이 혈액보다 낮아서 폐포벽을 통과해 혈류로 유입된다. 이후 상황은 끔찍하다. 혈액의 전해질이 희석되거나 폐포의 모세혈관 벽이 손상되면서 환기 장애가 생기고, 그 결과 저산소증이 일어난다.
반면 해수가 폐로 유입되면 바닷물은 삼투압이 높아서 담수와 반대로 혈액 내 혈장 등이 폐포 내로 급격히 이동해 폐부종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공기 중 산소가 혈액 내로 유입되지 못해서 결국 저산소증을 부른다.
저산소증은 심장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서 심방세동이나 심실조기 수축 같은 부정맥도 유발한다. 물에 빠진 후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심실세동(심장의 아래쪽 방인 심실의 근육섬유가 불규칙적이고 조화롭지 않게 수축하는 질환, 심장의 펌프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기 때문에 응급처치로 몸 전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을 회복시켜주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크다.)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안전한 곳은 해수욕장 가운데 부분.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했다면 익수자가 호흡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호흡이 없거나 약하면 즉시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손끝으로 맥박이 감지되지 않으면 심폐소생술(딸린 기사 참조)도 시행한다.
쨍하고 해 뜬 날 비실비실
햇볕을 쬐면 기분이 좋다. 고향(태양표면)을 벗어나 6분만에 1억5000만km를 달려온 광자들 덕이다. 빛의 자외선 에너지가 우리의 엔도르핀 수치를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햇볕은 사람들을 어지럽고 힘든 열경련, 일사병, 열사병으로 괴롭힌다.
인체 내부온도는 주위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거의 일정하다. 인체 스스로 땀을 흘리거나 피부 혈관을 확장해서 열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온 조절 기능이 열에 압도되면 인체는 열을 배출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다. 뜨거운 날 옷을 지나치게 껴입고 운동이나 산행을 하면 일사병에, 뜨겁고 습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이나 생활을 하면 열사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특히 노년층과 영아, 비만자와 특정약물(항콜린성 및 정온 작용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위험하다.
심폐소생술, 골드타임 4분의 기적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배워서 남 주는 게 있다. 심폐소생술(CPR·30회 흉부 압박과 2회 구강호흡)이다. 대상은 심장 정지로 갑자기 쓰러진 환자나, 물에 빠진 뒤 정신을 잃은 사람들. 국내에는 심정지 위험이 있는 심근경색 환자가 15만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여름철에 물놀이하다가 익수(溺水)한 사람, 심정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호흡이 멈춘 사람을 합하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의 수가 꽤 된다.
골드타임 4분. 별안간 쓰러진 응급 환자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하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소생확률은 떨어진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받고 8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은 환자는 43%가 생존했다. 반면 16분이 지난 뒤에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한 환자의 생존율은 10%밖에 안되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2006년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민 10명중 4.5명이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하지만 제대로 쓰는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고작 4.6%이기 때문이다. 옆으로 누군가 쓰러져도(어쩔 도리 없이)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반면 선진국의 심정지 생존율은 15∼40%에 달한다.) 그동안 걸림돌이 있기는 했다.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가 사망할 경우 ‘선한 사람’이 뒷감당을 다 해야 했다.
민사형사소송이 뒤따랐던 것이다. 다행이 지난 6월 15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선한 사마리안 법’이 가동 되었다. 이 법에 따라 이제 응급조치 제공 의무를 갖지 않은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응급환자가 사망하더라도 형사 책임은 면할 수 있게 되었다. 더 고무적인 일은 이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과 철도. 차량. 선박. 극장. 종합운동장 등에 자동 제세동기 같은 심폐소생술을 행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 응급처치 기관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확실히 배워 둔다면 어쩌면 당신도‘선한 사마리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