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밀도살이 횡행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축산농가에서는 특히 명절을 앞두고는 마을단위로 적게는 한 두 마리, 많게는 서너 마리를 밀도살하는 경우가 있어 족히 수십 마리가 밀도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혹자는 수백 두가 밀도살 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워낙 은밀하게 밀도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마리 수는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밀도살의 횡행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밀도살은 세금을 탈루하고 식품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군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부산물에 의한 환경오염 및 정서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허가된 시설에서 도축할 경우 마리당 3만8천원의 도축세(2010년 폐지, 입법예고)를 물게되어 있다. 이 도축세는 지방세로 시설이 위치한 광역 및 기초단체의 세수로 활용하게 된다.
밀도살의 경우 한푼도 내지 않으니 결국 세수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참고로 고령공판장에서는 하루 평균 한우 150두를 도축해 월 평균 1억3천여만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 경매가 500만원짜리 소 1마리를 도축할 경우 도축세, 작업비, 검사료, 등급판정비, 자조금, 위탁수수료 등 23만원 정도의 경비를 물고있다.
밀도살이 무엇보다도 염려스러운 것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 있다. 허가된 시설에서는 검사관들을 배치해 병원성미생물 등 인체 유해물질을 검사하고 건강진단을 필한 종업원들이 수시로 위생교육을 받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해 밀도살의 경우는 허름한 농가창고나 형편없는 시설 및 장비로 도축하게 되어 아예 위생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타지역 사례에서 보듯이 병든 소(일명 다우너 소), 죽은 소, 늙은 소, 젖소를 한우로 속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면 군민의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 축산농가에 의하면 밀도살할 소는 주로 인근지역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귀띔했다. 그러나 간혹 축산농가에서 밀도살할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촛불시위가 벌어졌을 때 “가족의 안전을 직접 지키겠다”며 수만명이 시위를 벌인 것이나 심지어 아줌마들의 유모차부대까지 등장한 사실에 빗대 보면 이를 구입하는 군민들은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밀도살의 직접적인 피해는 정육업체다. 한 정육점 주인은 “명절에도 쇠고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며, 더욱이 지난 추석 때 보다 30% 가량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판매감소는 물론 경기침체, 다단계 파동, 쇠고기 수입량 증가, 최근 농협에서 직영하는 정육점이 늘어난 영향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상을 정성스레 모시려는 정서를 고려하면 밀도살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돼지고기만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쇠고기는 구입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마을에서 소를 잡아 싼 가격으로 푸짐하게 사놨기 때문에 쇠고기는 살 필요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고 한다.
밀도살이 횡행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자 유통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밀도살된 고기는 통상 600g에 1만2천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육점 1등급 쇠고기 판매가와 비교하면 50∼200%까지 차이가나고 있다. 그러나 3등급 고기와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등급도 없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쇠고기 가격치고는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더불어 일부 주민이나 정육업자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즉 3등급 고기로 등급을 속이거나 ‘질 좋은 고기를 싼 가격에 판매한다’며 덤핑하는 사례는 ‘질기고 맛없는 고기’로 낙인 돼 정육점 고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밀도살 고기를 구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결국 밀도살을 성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 밀도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 털, 내장 등의 부산물은 환경오염을 부추기거나 참혹한 살해 및 손질과정을 청소년들이 목격하게 되면 정서를 크게 해칠 우려도 있다.
밀도살은 중죄(重罪)로 다스린다.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하면 허가받은 작업장이 아닌 곳에서 도살 처리할 경우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허가되지 아니한 자가 판매를 목적으로 축산물을 이동시킬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게된다. 밀도살이 자칫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속한 사례는 거의 없다. 작년 연말에 1건 정도 실적을 올린 것이 전부다. 관계기관에서는 신고자에게 잡은 소 가격만큼 포상금을 걸어도 신고하는 이 없고, 눈에 불을 켜도 모두가 쉬쉬하는 가운데 인정을 중시하는 지역정서에 의해 현장포착이 어렵다고 한다. 한마디로 ‘심증은 있는 데 물증이 없어’ 단속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싼 맛에 밀도살 고기를 구입하는 사례가 이어질 경우 밀도살이 불러오는 여러 가지 병폐를 근절하기는 어렵다. 특히 가뜩이나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축산업을 건강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은 물론 군민 모두가 합심해 밀도살을 근절하려는 전방위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