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각종 표지판 가운데 기울어지고, 넘어지고, 구겨지고, 돌아앉는 등 제구실을 못하는 표지판을 혼자서 정비 보수하여 1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한 경찰공무원이 있어 칭찬이 자자하다. 성주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 교통관리계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박용환 경사가 그 주인공.
박 경사는 2월초 관련직책에 보직된 이래 관내 3천300여개 교통표지판 중 기능발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200여개 표지판이 훼손돼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고심 끝에 혼자서 정비에 나서 망치, 드라이버, 삽 등을 이용 지난 2일 현재 160여개소 표지판 정비를 마쳤다. 예산으로 치면 1천200만원에 달한다.
그가 혼자서 정비 보수를 결심을 한데는 예산투입 시 번거로운 행정절차가 한 몫을 했다. 교통안전표지판을 설치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예산을 신청할 경우 예산배정, 업자선정 등의 복잡한 절차뿐만 아니라 관계자의 관심도에 따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또 예산을 투입해 보수를 해도 허술한 곳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늘상 허점이 많았다. 전년도 교통안전표지판 66개 수리 보수에 약 700만원을 지출하였음에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박 경사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새로 설치하거나 규모가 큰 표지판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눈에 보이는 족족 직접 보수하기로 하고 망치와 삽을 들었다. 그는 공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덕택에 손재주가 있었다. 순찰차량에 공구를 싣고 다니다가 보이는 즉시 바로잡았다. 불필요한 곳의 표지판은 필요한 곳으로 이설 또는 동류전환(고장난 기계의 부품을 동일형태의 타 기계에 활용)도 했다.
그가 이 일을 착안한 것은 김항곤 경찰서장의 “예산으로 할 것과 우리 스스로 찾아서 할 일을 구분해 조기에 주민 위해 요소를 감소시켜라”는 지시에서부터 출발했다. 마침 해빙기를 앞두고 있던 터라 시설점검을 하던 차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기막힌 조화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온몸에는 파스로 덧칠할 때도 있었고 몸살도 여러 번 앓았다. 그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은 “인부 불러서 하지 왜 고생하느냐”고 안쓰러워 하다가도 진의를 알아차리고는 즉시 거든다. 박 경사는 그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노력은 군민과 방문객들에게 잘 정돈된 도로표지판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애향심을 드높이고 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한편, 운전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교통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 서장은 “박 경사는 성실하면서도 원칙에 철두철미한 경찰관”으로 평가한다. 수렴된 민의를 시책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창의적이고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한 구성원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 경사의 업무수행 태도를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하다. “교통표지판 자력복구 형태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발굴 발전시키겠다”는 김 서장의 의중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배정된 예산집행이 과도하게 지연되거나 미집행 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관계자의 관심부족’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경찰관 스스로가 훼손된 표지판을 복구하는 사례는 예산을 절감하고 지속적으로 안전한 교통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수범사례로서 타 경찰관서로 급속히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