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보내주신 애정과 성원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 채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지면을 통하여 뒤늦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 세월, 매 순간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도와주시고 성원해 주신 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청운의 꿈을 품고 경찰에 투신하여 ‘경찰은 내 인생의 전부’ ‘경찰이 잘해야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다’라는 신념과 사명감 하나로 밤낮없이 일해 온 30여 년을 돌이켜 보면, 보람과 함께 밀려오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우선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고’ 당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故人들의 명복을 충심으로 빌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경찰관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하기 위해 뜨거운 화염 속에 주저 없이 뛰어들어 고귀한 생명을 바친 故 김남훈 경사를 생각하면 비통함에 가슴이 메어옵니다.
더욱이 그의 숭고한 죽음이 유명을 달리하신 다른 분들에 가려,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경찰관의 희생의 의미가 퇴색되는 듯 해 더욱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것이 제 부덕함의 소치이기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職을 사퇴하게 되었습니다.
사퇴에 즈음해 저는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선진 준법시위문화 기반을 조성하길 원하시는 국민의 기대와 경찰의 장래, 당면한 국가적 어려움 사이에서 수없이 고심했습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와 모든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하고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저 한사람의 거취 문제로 소모적인 논란과 진통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니며,
더 이상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심 끝에 사퇴를 결심한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도 저의 사퇴가 법질서 확립의 전기(轉機)가 되어 다시는 이 땅에서 화염병 등의 폭력시위로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절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어제, 생전(生前)에 늘 “국민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경찰관이 되어라”고 가르쳐주신 선친의 묘소가 있는 영천 국립호국원에 들러 30년 경찰 생활을 이렇게 마감하게 되었다고 보고드리고, 이제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30년을 하루같이 국민의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계속 많은 조언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최일선 현장에서 국민의 안녕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일하는 경찰관의 사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번 일로 현장 경찰관들의 법집행이 위축되지 않도록 격려·성원해 주시고, 우리 사회를 한 차원 더 성숙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게 보내주신 큰 사랑과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보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건강과 평안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9. 3 김석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