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뜻
우리말 ‘아저씨’의 ‘씨’는 남성의 정자(精子)를 뜻하고, ‘아주머니’의 뜻은 ‘아이 주머니’라고 하나 확인할 수는 없다.
단지 남성의 정자를 ‘씨’라고 하는 것은 옛날부터 가졌던 관념이었다. 그래서 시조 가운데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라는 말도 생명의 씨가 아버지에게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소위 ‘天父地母’(하늘은 아버지이고, 땅은 어머니)라는 말도 그러한 관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아이를 낳기 위하여 남자에게 관계시키는 처녀를 ‘씨받이’라고 하는 것도 그러한 관념의 소산이다.
한편 ‘아주머니’가 ‘아이 주머니’를 뜻한다고 하면 그것은 여자의 자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항간의 이야기이지 학문적인 확증은 없다. 한가지 재미있는 말은 ‘아가씨’와 ‘총각’이 결혼을 해서 첫날밤만 지내면 총각은 ‘아저씨’가 되고 아가씨는 ‘아주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한 색시에게 ‘아가씨’라고 하는 것도 말하는 이나 듣는 이에게 다같이 어색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부를 것인가? ‘새색시’나 ‘신부님’이라 하면 피차 간 무난할까? 필자로도 더 이상 합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두 낱말의 첫 자가 ‘아’로 공통되는 것에는 어떤 언어학적인 가능한 해석이 없는가?
동일어의 의미와 어감 차이
이 세상의 수많은 말 중에서 뜻이 비슷한 말은 많으나 뉘앙스까지 똑같은 말은 전연 있을 수 없는 것이 언어현상의 실제이다.
예를 들어 ‘사람’과 ‘인간’을 두고 볼 때, 대다수인의 이해는 하나의 동일한 실체를 의미하는데 전자는 우리의 고유어이고 후자는 한자어라는 차이 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말이 주는 뉘앙스(nuance, 어감)는 다르다. 예컨대 “저 사람 뭐 저래?”라는 말과 “저 인간 뭐 저래?”라는 말을 두고 볼 때 후자의 ‘인간’은 전자의 ‘사람’보다 훨씬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누가 남에게서 ‘인간’이란 모멸적인 말을 듣는다면 그는 먼저 진정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