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친구들을 향해 점잖게 그러나 단호한 말로 이들을 타일렀다. 요즈음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에 따돌림을 받는 이른바 ‘왕따’현상이 일어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일은 우리 세대들도 다소간은 체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예전에도 학생 사이의 따돌림은 존재했던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간혹 선배들로부터 기합을 받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교내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원 깡패도 나타났다. 그 시절에 학교를 무대로 활동하던 깡패는 H, B, J, Y군 등 4∼5명이었고 집 근처에 와서야 날뛰던 깡패에는 K군과 S군 등이 있었다. 이들은 몸집이 건장하고 주먹이 셀 뿐만 아니라 대개는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또한 공부는 별로 하지 않으면서 선생님의 말도 잘 안 듣는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월반한 탓에 나이가 제일 어리고 키가 또한 제일 적었다. 운동장에서는 언제나 제일 앞에 섰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이들 깡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지나온 유일한 급우였다. 이들이 학교 변소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학교 뒤 대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 나는 언제나 누가 어디서 담배를 피웠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심술궂은 깡패 친구가 선생님 자전거에 빵구를 내어도 나는 누가 그랬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 깡패친구들은 내가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이실직고를 할까봐 나에게는 잘 대하는 편이었다. 또한 이들이 교실에서 급우의 도시락을 몰래 까먹는 경우나 농업실습시간에 땡땡이를 치는 것도 나는 소상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괴롭히는 일은 결코 없었다. 내가 사직당국에 고발할 것을 염려하는 이들로부터 오히려 비호를 받았다고나 할까?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 때 이들은 내 뒤에 앉아서 시험지를 부분적으로나마 베끼는 일을 해야 진급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절대절명의 중요성 때문에 나에게는 이 깡패들이 결코 괴로움을 준 일이 없었다. 그때 나는 반에서 음악과 미술이 있는 때는 2∼3등, 이런 예능과목이 없을 때는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다. 이것이 깡패인 이들이 시험 때가 오면 서로 내 뒤와 옆자리에 앉겠다고 다투는 이유였다. 한번은 교내에서 이들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두 패거리로 나뉘어서 패싸움을 하게 되었다. 사태는 육탄전이 벌어지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 어느 친구의 제보로 내가 현장에 달려갔다. 깡패친구들이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데 내가 이들을 향해 점잖게 그러나 단호한 말로 이들을 타일렀다. 그때 나는 무슨 속셈에서였는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끼리 주먹을 휘두르거나 패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조금씩 양보하고 참아라 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얼른 말을 들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너희들이 이러면 나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 어제 너희들이 학교 토마토와 수박을 훔쳐 먹은 장본인들이라는 것을 학교당국에 밝히겠다” 이렇게 되면 그에 가담한 학생들 모두가 무기정학을 당하게 된다는 것은 이들이 더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랬더니 이들이 주먹을 내리고 슬슬 헤어지는 것이었다. 주먹은 약하나 공부를 잘 하는 급우의 위력이라고 할까? 첨언할 것은 그때 몸이 건장하고 주먹으로 한 몫을 한 이들의 절반 이상이 이미 타계하였다는 사실이다. 삼가 이 친구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 간절하다. 다음 호에는 ‘약하고 가난한 자를 위하여’가 이어집니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