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넘쳐나는 불빛으로 어질할 때는
어둑한 골목길 가게에서 새나오는 가난한 불빛,
놀러 나간 아이 부르는 소리도 숨구멍이듯
비닐하우스가 숨을 달구는 이 들길에서는
더운 바람이 툭, 치고 가도 푸르르 일어나는
서늘한 나락논 한 뙈기도 숨구멍이다
어릴 적 우리 꼬맹이들은 동네 형들과
벼 그루터기 올라온 황량한 겨울 논에서
짚공을 묶어 창공 깊이 뻥뻥 차올렸었다.
놀다 지치면 논둑 아래 검불 모아 불 놓았고
그러면 흙덩이는 어린 싹들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걸 흙이 숨겨논 숨구멍이라 믿었다
우리는 모두가 숨구멍이다 누군가의 큰숨을
틀어막기도 하지만 막힌 숨을 틔워주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숨이 가빠지는 이 가망 없는 땅덩이도
이른 봄엔 꽃나무 가지마다 숨구멍을 열어둔다
세상 밖으로 창문 하나씩 내걸어두려고
그리고 지친 숨결 한가득 모으로 내보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