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월항면 배선호씨 가족이 2년간 자녀들이 모은 돼지저금통을 깨 100여만원을 별고을장학회에 기탁해 화제를 모았다. 장녀 배가은 양은 "용돈이 생길 때마다 모아 온 돼지저금통을 깬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장학금 모금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일 배 선호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학금 기탁 계기 및 다자녀 부모로서의 삶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도 함께 담아봤다.
■ 별고을장학금을 기탁하게 된 계기는?
장녀인 가은이의 아이디어에 따라 장학기금을 기탁하게 됐다.
가은이는 "성주교육지원청의 영재교육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둘째 가진이가 내년에 중학교 입학을 하고, 동생들도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별고을장학회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다.
다섯 아이들이 2년동안 돼지저금통에 모은 돈을 장학기금으로 기탁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은이가 기특하기도 했고 뜻있는 곳에 기탁한다니 흔쾌히 허락했다.
이후 다른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보기 위해 가족회의를 열었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의 반대가 심했었다. 돼지저금통 속에 든 돈은 아이들이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을 참아가며 열심히 모은 돈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아이들을 설득했다. 기탁을 찬성해 준 아이들에게 고맙다.
■ 4녀 1남을 둔 대가족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신데 다자녀를 둔 이유가 있다면?
나와 부인은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처음 자녀 계획을 세울 때부터 `아이들을 많이 낳자`고 얘기했다. 물론 5명까지 가질 생각은 없었지만, 집에 계신 부모님도 찬성하셔서 현재의 대가족을 이룰 수 있었다.
5명의 아이들이 우리 가족의 희망이고, 재산이고, 미래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 자녀 교육에 중점을 둔 사항은?
아이들에게 신뢰와 정직, 이 두가지에 대해 깊이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애들 관리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
그래도 항상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자`, `정직하자`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들이 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신뢰와 정직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태도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치관은 신뢰 넘치는 환경에서 조성되고 그것은 행동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로서 아이들이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 등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식비, 교육비 등 어느 부문의 생활비가 가장 많이 지출되는지?
의류비가 가장 걱정이다. 물론 식료품비, 교육비 등의 항목도 만만치 않게 지출된다. 그러나 우리집은 다섯명 아이들의 옷을 구입하는 비용이 가장 많이 지출되는 편이다.
■ 많은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느낀 보람과 애로사항이 있다면?
보람이라고 하면 아이들의 모든 것, 전체가 나의 희망이며 보람이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보람이고, 아이들이 아직 학생인 만큼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과 그로 인해 좋은 성과를 거뒀을 때에도 뿌듯함과 진정한 보람을 느낀다.
애로사항이라면 아내와 간혹 안좋은 일이 있거나, 다툼을 했을 때 화풀이를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부부싸움은 아예 할 수가 없다.
■ 평소 여가생활은 어떻게 보내며, 취미와 특기는?
18년째 월항면에서 아내와 함께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 짓는 일이 바쁘다 보니 딱히 하고 있는 여가활동은 없다. 그래도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면 가족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곤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곳 저곳을 함께 다니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주는 것 같다.
■ 다자녀 복지와 관련해 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애 하나 낳고도 먹고 살기 바쁜 요즘에, 다섯 아이들을 키우려니 여건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 아이를 낳아 놓고 군이나 정부에 혜택을 바라고,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과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평수를 늘리는 등 참외 농사를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다. 그리고 한 10년은 농사일을 더할 생각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 관여시키고 싶지 않다.
우리 가족들에게 바라는 것은 항상 정직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바른 인성의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배선호씨 △1969년 월항면 출생 △현 성주군환경지도자연합회 사무차장, 한국농업경영인 월항면회 사무국장, 참외농사 종사 △성주고 졸업 △경상북도지사·군수 표창 수상 △부인 임용순씨와 4녀 1남(배가은, 배가진, 배가령, 배가인, 배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