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돌고 있다.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중학생들의 심리적 방황이 그만큼 크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학생 시절을 지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중학생 시절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고민한다. 따라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수도, 혹은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수도 있다. 정체성이 확립되는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회에 이어 4회에서도 농촌지역 작은 학교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관내 우수학교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농촌지역 작은 학교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게재순서 ▷1회 : 성주군 작은 학교 현황 ▷2회 : 사라진 우리 학교 ▷3회 : 관내 우수학교 소개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4회 : 관내 우수학교 소개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5회 : 타 지역의 작은 학교와 비교 성주군 벽진면에는 연봉산의 맑은 공기와 푸른 내음이 가득한 곳에 학년별 한 학급씩 있는 조그만 학교가 있다. 전교생 24명인 전형적인 농촌의 작은 학교인 벽진중은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 학교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벽진중은 농촌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농촌지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벽진중의 특색사업 중 하나가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반딧불 교실이다. 반딧불 교실은 학생들의 학력증진과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 형성을 위해 실시됐다. 농촌지역의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에 가기 힘든 실정이다. 학원이 근처에 없어 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읍내까지 30분가량 가야한다. 이에 학생들은 대부분 방과 후 귀가한다. 하교 후 학생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 컴퓨터 등으로 시간을 허비한다.   부모의 맞벌이, 조손 가정, 편부모 가정 등의 이유로 가정 내에서의 자녀교육 공백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지역 내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활동 대부분을 학교교육에 의존해야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벽진중은 학생들에게 저녁을 제공하고 숙제 중심으로 예·복습, 독서 등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야간 자율학습인 반딧불 교실을 추진했다.   현재 반딧불 교실은 15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교장과 교무부장을 비롯한 교사 4명이 매일 번갈아 가며 학생들을 지도·담당하고 있으며 안전 귀가는 당일 담당교사와 벽진 파출소, 자율방범대, 학부모가 돕고 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 귀가를 위해 벽진 택시와 계약해 벽진 택시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귀가에 힘쓰고 있다.   김종열 교무부장은 "반딧불 교실 시행 후 학생들의 수업태도와 눈빛이 달라졌다. 수업시간에 멍하니 있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집중한다"며 "방과후 폰게임에 빠져 폰만 만지던 학생들도 이젠 폰이 재미없다고 한다. 반딧불 교실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경희 교장은 "농촌지역의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지고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라며 "지난해 벽진중에서 3등 하던 학생이 읍내 고등학교로 진학해 상위권에 들었으며 현재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벽진중은 학생들의 체력증진과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연봉산 오르기`를 실시하고 있다. 중식 후 전교생 및 교사들이 함께 학교 뒷산인 연봉산을 오른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 및 교사들의 체력 향상과 학생들의 바른 인성함양 및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실시됐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연봉산 오르기 후 많이 밝아졌다. 이 시간 학생들은 교사, 선·후배와 대화를 나누고 쌓였던 학업 스트레스를 산에 털어놓고 온다"며 "학교폭력이 대부분 학생들끼리 방치돼 있을 때 발생한다. 벽진중은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다 보니 친한 친구들끼리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선·후배 관계도 좋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폭력이 없다"고 밝혔다.   매일 실시하는 연봉산 오르기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체력도 향상됐다. 김종열 교무부장은 "처음에는 헉헉 거리며 올라가기 힘들어하던 학생들도 한 달 후에는 거뜬하게 올라간다"며 "이 프로그램은 교사들 체력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퇴근 후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데 학생들과 함께 운동하니 교사들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벽진중은 교사와 학생을 1:1 멘토로 연결하는 책임멘토제 `키다리 아저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학부모들로 인해 농번기에는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생활 습관 및 태도를 지도해 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 다수이다.   또한 학교 내 폭력은 없었으나 사회적 추세로 봤을 때 예민한 사춘기 시절 사이버 폭력, 우발적 학교 폭력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순화지도가 요구된다. 이에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개인별 눈높이에 맞는 상담 및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생일 파티, 방학 중 멘토교사와 책읽고 생각 나누기, 멘토교사와 방학 중 점심 식사하기 등 멘토교사와 멘티간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행사를 실시해 학생들이 고민이 생겼을 때 혼자 해결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교사에게 말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간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이 외에도 벽진중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때 혼자 있을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 위탁강사 지원` 사업을 통해 방학 중 기초영어, 수학, 기타반을 운영할 계획이며, 토요방과후 프로그램, 텃밭 가꾸기, 다양한 진로 체험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장은 "이런 프로그램들은 학생 수가 도시 학교처럼 많지 않아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며 "벽진은 푸를 벽(碧), 보배 진(珍)이라는 뜻이다. 보배로운 아이들이 이곳에서 잘 생활해 지역 내 필요한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무부장도 "최근 경제적인 논리로 인해 농촌지역의 작은 학교들이 사라지고 있다. 작은 학교가 문닫게 되면 농촌지역 전체가 죽는 것과 같다"며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만의 장점이 분명 있다. 이를 경제적인 논리로 아이들에게서 빼앗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벽진중은 지난해 전교생이 14명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24명으로 증가해 관내 우수사례로 뽑히고 있다.   이 교장은 "1학년 중 반 이상이 읍내에 위치한 중학교로 진학하려다 우리 학교로 왔다. 지금 그 아이들과 학부모는 매우 만족해 한다"며 "위장전입 등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학생 수를 증가시켜 학교를 살리고 싶지는 않다. 지역 내 학생들이 위장전입을 통해 읍내나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 벽진중으로 와 이 학생들을 잘 키워 벽진중에 잘 보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벽진중은 교장을 중심으로 전 교사 및 직원이 푸르고 보배로운 학생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중2병을 찾아볼 수 없이 순수하고 밝은 학생들의 웃음을 벽진중에서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2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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