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 | 백농 최규동은 누구인가 □ 2회 | 성장기의 백농 선생과 교육이념 □ 3회 | 백농에 대한 일화 및 위대한 발자취 □ 4회 | 백농 선생을 기리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 ■ 5회 | 딸에게 듣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최규동 선생의 호는 백농, 본관은 영천, 최무선의 후손 영한의 장남으로 1882년(고종 19년) 가천창천동에서 태어나 1950년 6·25전쟁 때 북한에 납치돼 평양감옥에서 그해 10월 향년 69세로 옥사했다. 최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현창사업을 통해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본지는 일제 강점기에 헌신적 교육자이자 민족계몽의 선구자로 평생을 청빈하게 육영에 전념하며 독립을 위해 민족교육의 선두에 섰던 백농 선생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주민에게 성주인의 자부심과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애향심 고취의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편집자 주】 앞서 제4회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암울했던 시기에 우리나라 교육의 백년대계와 민족정신 고취를 몸소 실천한 민족지도자 백농을 기리기 위한 각 지자체 및 총동창회 차원의 다양한 행사를 살펴보았다. 　 마지막편인 제5회에서는 가족이 추억하는 백농의 생전 모습과 자녀에 대한 교육관,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일상생활 등 백농의 인간적인 모습을 알아보기로 한다. 　 "아버지는 자상하고 가정적이며, 우리 형제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신 다정한 분이셨지요" 　 현재 서울 개포동에 거주하고 있는 최성옥(여, 99) 여사가 기억하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백농 최규동 선생의 모습이다. 　 백농은 슬하에 9남매를 뒀으며 그 중 최 여사만 생존해 있다. 최 여사는 99세의 나이에도 세월을 비껴간 듯 단정하고 고운 자태와 맑은 목소리가 젊은이 못지않다. 청력이 나빠져 보청기를 착용했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우리 9남매에게 항상 정직하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글도 잘 쓰시고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하신 아버지께서는 저녁이면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시를 낭송하시기도 했는데, 집안에 울려 퍼지던 아버지의 낮고 부드러운 음성은 참 듣기 좋았지요" 최 여사가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다. 　 수십 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일처럼 또렷이 기억하는 최 여사는 아버지의 얘기를 할 때면 철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소녀 같은 함박 미소를 머금곤 했다. 　 "제가 교동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추운 겨울날에는 아버지께서 출근길에 제 손을 꼭 잡아서 당신 주머니에 넣고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곤 하셨어요. 그때 아버지의 따뜻한 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리운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시간이 이어진다. 　 최성옥 여사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스승의 길의 걸었다. 성주여자중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최 여사는 최근까지도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수많은 제자들과 교류하며 존경받는 스승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성주여자중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원 10여명이 최 여사 댁을 방문해 스승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신상숙 동창회장은 "좀 더 빨리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과 제자를 끝까지 기다려 준 최성옥 교장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며 "모교의 전통과 스승의 발자취를 한걸음씩 따르겠으니,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등불이 돼 주시기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99세 노익장 최 여사의 건강관리 노하우가 궁금하다. "가능하면 적게 먹고 집안일을 내손으로 직접 하려고 애쓰고 있지요. 근처에 사는 막내아들과 며느리의 도움으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스트레스는 가능한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절제의 미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명문 경기여고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칭찬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는 최 여사는, 혼난 기억을 묻는 기자의 말에 "특별히 큰소리를 내신 적이 없고 화를 내신 기억은 더욱 없네요. 온화한 성품이셔서 화를 잘 안 내셨지요. 그래서 저도 혼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버지께서는 늘 `참된 인간이 되어라, 그리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시며 당신께서 몸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일은 6.25때 납북돼 평양 감옥에서 옥사한 아버지의 죽음이었다고 한다. 　 최 여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아버지는 몸이 약한 편이어서 기관지 천식으로 평생 고생하셨는데 좀 더 잘 모시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라며 절절한 마음을 표했다. 아울러 "서울 중동고에 모든 열정을 쏟았던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중동대학을 세우고 싶어 하셨는데 자손들이 그 꿈을 이뤄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백농의 분신이라고 표현되는 서울 중동고등학교에는 현재 백농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신의를 소중히 여기며,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사랑하라`는 민족교육자 백농의 교육이념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중동인의 가슴으로, 또한 후대의 지침으로 뜨겁게 흐르고 있다.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는 99세 딸의 고해성사와도 같은 마음의 소리를 듣고 계실까. 　현재의 혼돈스럽고 어수선한 시국을 일러바치며 해결의 실마리를 구하고 싶은 분, 바로 `자랑스러운 성주인` 백농 최규동 선생이시다. 기획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