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 2016년 7월 13일 불청객 사드(THAAD)
□ 2회 ‘성산부대 사드반대’ 군민들의 통곡
□ 3회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 수난사
□ 4회 제3지역 이전배치 긴박한 반전
□ 5회 최종 낙점된 롯데CC 찬반 논란
□ 6회 사드반대 운동 전국으로 확산
□ 7회 사드배치와 정부 지원 ‘당근과 채찍’
□ 8회 ‘사드 성주’ 끝나지 않는 갈등
■ 9회 사드와의 상생, 이웃 일본의 사례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는 조용한 시골 마을인 성주군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이에 5만군민이 분연히 일어나 선정 과정의 절차상 부당성과 전자파 유해성을 지적하며 분노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드는 제3지대인 초전면 롯데CC로 결정되고, 미군이 주둔해 현재 2기의 사드가 배치된 상황에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지만, 초전면 소성리에서는 지금도 사드반대 단체들이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주장하며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사드배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향후 성주군이 나아갈 방향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일본 교토(京都)에서 북쪽 방면으로 4시간여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교탄고(京丹後)시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다시 20여분을 더 들어가면 탄고조 소대시(袖志) 마을이 나온다. 주민 7천여명이 거주하는 소대시는 작고 조용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이곳이 바로 `일본판 성주`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가 설치된 곳이다.
소대시 마을은 레이더 설치 전에는 천혜의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었지만 아오모리현 샤리키 기지와 함께 미국의 조기경보 레이더인 사드 레이더(AN/TPY-2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가 설치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4일 본사 취재팀이 방문한 레이더 기지 입구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곳곳에 있고, 철조망이 둘러진 채 차단막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무장한 군인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기지 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50여m 떨어진 언덕에 올라가 레이더 기지를 촬영하자 미군들은 취재팀을 제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역시 카메라로 우리들을 찍으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사진 제일 뒤편에 솟아있는 건물 후반부가 사드 레이더가 설치돼 있는 곳이다. 바다를 향한 절벽은 레이더 설치 전에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한다. 2014년 5월 설치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레이더 반입, 2개월간 준비과정을 마치고 12월 레이더가 본격 가동됐다.
▶교탄고시 내 사드반대 2개 단체 활동
직접적 피해 없으나 교통사고 잦아
교탄고시 소대시 마을의 `미군기지 건설을 우려하는 우레우 우카와 모임`(이하 우레우 우카와)의 회장인 미쓰노 미쓰루(三野みつる, 여, 68)씨는 "소대시 마을 주민들도 신문 기사를 읽고 레이더 기지 배치에 대해 갑자기 알게 됐다"며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미·일 정부간 협의로 진행됐으며,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였지만 결국 협의사항을 뒤집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소대시 마을의 우레우 우카와 모임과 교탄고시 전체의 `탄고 연락회` 등 2개 단체가 한 달에 2회 정도 반대운동을 번갈아 하고 있다. 우레우 우카와는 1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소대시 마을과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까지는 약 6km 떨어져 있으며, 레이더 기지와 가장 가까운 건물은 사찰 구혼지(九品寺)이다. 사찰 관계자 외에 일반인의 출입이 없어 폐허처럼 초라하지만 신도들이 가끔씩 출입 허가를 받고 들어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찰에서 기지 쪽을 살펴보는 동안에도 "우웅~"하는 발전기 소음이 제법 크게 들렸다. 기지와 200m~1㎞ 정도 떨어진 소음 피해권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은 140여명이다.
미쓰노씨는 "기지 옆에서 30분만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머리가 아프다"며 여전히 전자파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모유를 먹이는 엄마가 레이더 설치 후 모유가 줄어들어 수유를 중단한 경우도 있고, 기지를 드나드는 미군 차량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차량의 운전석이 일본과 반대이고, 일본의 특성상 도로가 좁은 관계로 2년 동안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약 50여건(자체 집계) 발생했으며, 사망사고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레이더 기지와 200여m 거리를 두자 발전기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2~3시간여 동안에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량이나 주민을 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교탄고시 소대시 마을은 한적하고 평온한 시골동네였다. 2018년 7월경에는 간사이 전력의 전기가 들어와 발전기 소음 피해는 없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탄고시의 쿠보(남, 73)씨는 은행에 근무하다 퇴직 후 고향에 돌아와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은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갖지 않고 농작물의 작황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기지에 대한 주민들의 집단행동도 없으며 소음, 구토 등 전자파에 대한 이상증후도 보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쿠보씨는 또 "당시 주민들과 협의하지 않고 정부가 레이더 기지 설치를 기습적으로 결정한 이곳 상황은 한국과 비슷했다"며 "주민들은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알고 있고, 반대주민이 직접 사드반대 시위가 있는 성주에 방문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 330억원, 주민 수용 입장
반대파들과 교류사업 적극적 추진 중
미국은 지난 2013년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교토 북부 교탄고시 교가미사키(소대시)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이곳 결정 배경에는 미 육군 안전기준에 의한 엑스밴드 레이더 설치 기준은 가로 281m, 세로 94.5m(축구장 4개 크기)가 필요하고, 외곽 11만2천396㎡(3만4천평)에 안전 확보의 철조망을 구축했으며, 레이더 정면으로 좌우 각각 65도, 위로는 90도 각도에 해당하는 반경 5.5㎞에 시야가 확 트인 개활지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레이더와 바다 사이에 중간 차단물이 없고, 레이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전파 및 방송탑 등이 없어 후보지로 결정됐다고 알려졌다.
교탄고시는 바닷가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해안도시로 인구는 5만6천명이며, 게와 굴 요리가 유명하다. 이곳도 성주와 마찬가지로 보수세력이 강한 편이다.
교탄고시 시청에 근무하는 오리토(남, 46, 사진4)씨는 "당시 주민들은 전자파 위험 등을 이유로 사드를 반대했지만 정부가 예산 지원을 약속하고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그해 9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사드 배치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피해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레이더가 바다 쪽으로 전파를 쏘고 있어 레이더 뒤쪽에 위치한 마을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교탄고시 창구에서 피해 보고를 받았는데 주민 피해에 관한 민원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리토씨는 또 "현재 일부 반대파가 1년에 한 번 정도 거리를 행진하며 반대시위를 하고 있는데, 주로 교토시 외의 외부세력들이 많다. 외부세력이 8 이면 지역사람은 2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들의 활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교탄고시는 그들과의 교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탄고시는 2014년부터 일본 정부로부터 학교와 도로 등 시설 개선을 위해 30억엔(약 330억원)을 지원 받았다. 또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연간 8000엔이던 땅 임대료가 30만엔(약 322만원)까지 치솟자, 이를 환영하는 주민이 생겨나며 레이더 기지를 동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2006년 사드 레이더가 설치된 아오모리현 쓰가루시는 10년간 32억엔(약 350억원)을 지원받았다.
오리토씨는 "정부 지원금이 지역에 직접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호의적"이라며 "기간한정 보조금을 받아서 도로를 개설하고 지역내 공원이나 집회소 등을 신축하며 오로지 지역주민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괌·일본과 성주는 입지 조건이 질적으로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괌과 일본의 레이더가 바다를 향한 탁 트인 해안에 설치되고 전방에 민가가 없는 반면, 성주는 레이더가 김천혁신도시 방면 내륙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작전 운용에 돌입할 수 있는 사드 1개 포대는 요격미사일 발사대 6기와 사드 레이더가 완비돼야 한다. 성주군에는 1개 포대가 갖춰져 있지만, 일본 교탄고시 소대시 마을에는 요격미사일을 제외한 엑스밴드 레이더만 설치돼 있다.
이렇듯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도 정부 지원금에 대한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는 교탄고시의 행정 추진은 우리가 특히 눈여겨 볼 일이다.
오늘도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초기보다 집회 규모는 작아졌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역사회에 팽배한 채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사드배치가 마무리되고 상황은 종료됐지만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일반환경영향평가와 주민공청회 등 갈 길은 멀고, 해결책은 오리무중이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절대적이며, 주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행정의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사드배치 조건으로 확정된 정부 지원이 손에 닿지 않는 신기루가 되지 않도록 공격적인 행정 추진은 물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감 있는 행정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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