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예술인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민화작가 허선진씨는 지역에서 민화공방을 운영하며 건전한 생활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기존 민화의 전통을 유지하되 세련된 감각을 접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품을 엿보며 민화의 매력을 알아본다. ▣ 지역에 민화공방을 열게 된 계기는? 주위의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재작년 9월 성주읍 경산리에 작업공간을 마련했다. 스승인 `포인 김순란` 작가의 뜻을 이어받고자 선생님이 대구 달서구에서 운영 중인 민화공방 이름을 그대로 살려 `내 안의 뜰`이라 붙였다. 앞서 대구에 거주하며 성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금수문화예술마을 등으로 출강한 적이 있는 터라 성주는 굉장히 익숙하다. 특히 성주와 대구를 오고가는 250번 농어촌버스가 있어 이동이 편하고 부모님이 가천면에 주말농장 개념의 주택을 소유 중인데 화실의 짐을 옮기고자 도와주실 때도 용이하다. ▣ 공방에서 어떤 수업을 진행하는지? 시간·요일별로 분반하고 있으며 대부분 1대1 개인수업으로 진행한다. 기초반, 취미반, 민화지도사 자격증 취득반, 공모전 참여반, 태교반 등 회원 각각의 요구를 수용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기초반의 경우 모란도를 비롯한 꽃을 4주가량 그리면서 수강생의 적성과 실력을 파악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현재 공방을 찾는 수강생은 30대부터 퇴직 후 5~60대까지 폭넓은 편이다. 아늑한 공간에서 본인이 그리고 싶은 소재를 맘껏 표현하며 소통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 민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경로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24세부터 5년 가까이 침구류 패턴 등을 디자인하는 회사를 다녔다. 늘 컴퓨터로 작업하다보니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갈증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우선 취미목적으로 미술을 배워보자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퇴근길에 민화공방을 마주했다. 그곳에서 민화 전반을 배우며 실력을 키웠다. 회사에선 매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야 해서 창작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반면 민화는 보통 조선시대의 그림을 모사하므로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개인적으로 배우면서도 흥미를 느꼈고 김순란 선생님을 따라 학교나 복지관 등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자연스레 민화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꾸준히 배우는 과정에서 대회 수상, 강사자격 취득 등을 이루며 민화공방 운영의 초석을 다졌다. ▣ 민화의 매력은 무엇인가? 민화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민화를 접한 계기와 마찬가지로 이미 도안이 있어 창작의 부담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보통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하기 다소 어려운데 민화는 소재마다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장생도의 학, 사슴, 물, 구름 등은 장수를 뜻하듯 별도의 설명 없이 의미를 전달하기 쉽다. 과거 민화는 강렬한 색채의 오방색으로 한정돼 줄곧 무속신앙을 담았다는 오해를 받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물감도 워낙 다양하고 저마다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하면서 현대인에게 꽤 친숙하다. 소재는 그대로 갖다 쓰되 배치를 다르게 하거나 은은한 색을 사용하는 등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친숙한 매력을 배가한다. ▣ 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전개하는지? 작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성주미술문화인협회(이하 미협)의 정기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앞서 코로나19 대유행 전 관내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매예방 목적의 민화교육을 진행하고 금수문예마을 민화동아리의 강사 등을 맡았다. ▣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전통 민화작품이 다수 수록된 책이나 박물관 도록 등을 꼼꼼하게 본다. 우선 맘에 드는 그림을 발견하면 닥나무 껍질로 만든 얇은 미농지를 덧대 선을 긋는다. 원하는 크기로 확대 또는 축소한 후 세밀한 수정과정을 거쳐 도안을 완성한다. 도안 위에 한지를 겹쳐 붓으로 따라 그리고 밑바탕을 칠한 뒤 `바림`이라는 이른바 그러데이션 기법을 이용해 질감을 표현한다. 이후 바깥선을 한 번 더 그려 선명하게 마무리한다. 요즘은 원하는 그림을 아이패드 등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스캔한 후 쉽게 도안을 제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보다 첫 병풍작품인 `화조도`에 애정이 깊다. 각양각색의 새와 꽃을 담은 4폭의 병풍인데 완성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작품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참고자료가 거의 없어서 무척 힘들었다. 새 날개는 어떻게 표현할지, 원본을 바탕으로 어떻게 채색할지 등 무수한 연구 끝에 마침내 완성작을 마주했을 때 감격스러웠다. ▣ 평소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취미가 직업이 된 사례라 작업시간외엔 민화와 관련된 책을 주로 탐독한다. 때때로 서양화 등 타 분야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주말에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기회가 된다면 예술의 범위를 넓혀 캘리그래피 또는 레진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 ▣ 향후계획 또는 이루고 싶은 소망은?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대구아트페스티벌`에 참여한다. 행사장내 부스에서 민화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이어 6월쯤 대구 달서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미협 기획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카페를 겸한 갤러리를 조성하고 싶다. 신진작가에게 예술 창작의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민화작가로서 겪은 점을 토대로 조언하는 길잡이 역할이 되길 소망한다. ▣ 가족과 지인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은? 퇴사 후 민화공방을 열고 싶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을 텐데도 흔쾌히 허락해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민화작가인 언니·누나 자랑을 하며 응원하고 있는 동생들에게도 늘 고맙다. 아울러 민화작가를 떠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준 김순란 선생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선생님처럼 훌륭한 작가로 성장해 보답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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