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버스 삼백리 길
덜커덩거리며
과장으로 승진한 아들네 집에
쌀 한 가마
입석버스에 실었것다.
읍내 근처만 와도
사람 북적거린다
뚱뚱한 할매
울 엄마 닮은 할매
커다란 엉덩이 쌀가마 위에
자리 삼아 앉았것다.
"이눔우 할미 좀 보소
울 아들 과장님 먹을 쌀가마이 우에
여자 엉덩이 얹노? 더럽구로!"
하며 펄쩍 하였것다.
"아따 별난 할망구 보소
좀 앉으마 어떠노
차도 비잡은데......
내 궁딩이는
과장 서이 낳은 궁딩이다."
버스 안이 와그르르
한바탕 하 하 하 .......
사람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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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일까? 인생을 알고 사람 세상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완행 버스는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준다. 시인이 탄 시외 버스도 그 한 장면이다. 음담에 가까운 대화가 있지만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은 자식 둔 어머니의 진실이 살아 있고 경상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있어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의 한 모습이 통쾌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크게 낭송해야 함께 시를 읽는 재미를 늘이고 또 나눌 수 있다. 우리는 마침내 참 재미있는 민담시를 얻는 기쁨을 갖게 되었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