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발목을 저리도 모질게 붙들고 있을까. 내 사랑은 끝내 담을 넘어 내게 오지 못했다. 여름내 안간힘으로 목만 늘이다가 눈 부릅뜬 채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 담 너머서 바깥 세상을 내다보며 피어나는 꽃이 있다. 뿌리는 담 안에 있고 눈은 언제나 담 밖을 향해 열려 있는 꽃. 이 시를 읽고 나서 주황빛 능소화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담장을 보면, 귀티 나는 이 꽃의 운명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나를 좀 봐 주세요!" 호소하는 듯도 하고, 제발 손이라도 잡아 달라는 애절한 외침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바깥에 있고 '내 사랑'은 담장 안에 있어서 이 사랑이 충분히 비극적임을 드러낸다. 정작 '눈 부릅뜬' 것은 뚝뚝 떨어지고 마는 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시인 자신이 아니었을까? '발목을 저리도/ 모질게 붙들고 있'는 존재는 무엇일까.....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시다. (배창환·시인)
최종편집:2025-05-15 오후 01:22:30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