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살
어쩌면 열다섯살
사무실에 가끔
철가방 들고 나타나는 그에게
장난삼아, 이담에 너 뭐 할래?
참고서 대신 볼펜 노트 대신
콩물국수 짜장면 그릇 날랜 손 내려놓으며
웃는 눈빛, 식당 차려야주!
그랬느냐? 그놈
꿈 한번 대길이로세
평생 남의 밥을 위해 살아도 좋을
저다지도 좋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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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족이 사회 문제가 되어 있는데, 한쪽에선 일손이 없어서 문을 닫을 지경이라면 분명 모순이다. 몸을 움직이고 땀흘리는 일을 기피하는 현상은 사회가 병들어 있고 차별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쌀밥 한 그릇을 200원(!)에 먹을 수 있는 사회가 밥을 생산하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할 리 없는데, 누가 힘들여 일할까? 그런데 이 소년의 꿈이 '식당을 차리'는 것이라 하니 감탄할 만도 하다. '평생 남의 밥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니!
'저다지도 좋은 꿈'을 꾸는 청년이 있으니 다음 세대도 끄떡없으려나.....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