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끝난 가을 들판이 새들을 불러모은다
까치밥은 감나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저 휑한 들판에도 있었구나
짐짓 무심히 떨궈진 벼톨 하나가,
벼톨 하나의 온기가,
가장 높이 떴던 새들까지 끌어당긴다면
궁핍한 세상이다, 새삼
불빛들 두런두런 피어나고
긴 부리 짧은 부리 젓가락질 바쁜 나그네새와 함께
콕, 콕, 콕 조아리며 연신
언 땅을 일구는 떼까치가 있다면
나, 농부들의 그 무심함으로 잠시
저문 들판을 바라보아도 되겠다
벼이삭은 들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차디찬 저 하늘에도 있었구나
저문 들판에 드문드문 숨어 빛나는
별들을 한동안 바라보며 살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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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추수가 끝난 다음은 새들이 먹을 차례다. 뿌려서 거두되 다 거두지 않고 남겨두는 습성도 인간 혼자서 살아갈 수 없었던 시대에서 찾아낸 나눔의 지혜일 것이다. 이제 그 지혜의 끈을 끊어버리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오만함이 물 건너 서양세계로부터 수입되면서 우리의 미래가 공격받게 됐다.
시인의 눈은 까치밥 담긴 하늘에도 가 있고 추수 끝난 들판에도 있다. 그 들판이 새들을 불러모으는 것을 시인이 무심을 가장하여 바라보는 동안 별은 떠오른다. 비어있음 속에 생명이 가득 차 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시다.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