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논에 우쭐우쭐 아직 찬 봇물 들어가는 소리
앗 뜨거라! 시린 논이 진저리치며 제 은빛 등 타닥타닥 뒤집는 소리
-----------------------------------------------------
봄이 가까워졌다. 마당 끝에 언제부터였는지 상사화 촉이 돋고,
양지녘에선 벌써 작년에 땅으로 내려갔던 쑥이 고개를 내민다.
논밭이 기지개를 켜기 전에 부지런한 농부는
농사를 준비하는 것도 이맘때쯤이다.
물꼬를 터서 풀리기 시작한 마른논에 물을 대는데,
그러면 찬 손을 언 볼에 비비는 듯 논바닥이 깜짝 놀라
등을 뒤집는다.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앗 뜨거라" 외치는
논바닥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땅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이렇게
절절히 표현한 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단 두 행으로......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