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두고 어디갔소
쑥국소리 목이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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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온 세계가 슬픔과 고통에 빠진 날이다. 전화(戰禍)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처참한 죽음의 길로 들어서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것이 강자들의 논리이지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민초들의 몫이 되고 마는 것이 역사가 증언하는 바이니 어찌 애통하지 않을 것인가.
엉겅퀴는 어디 있거나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꽃이라서 슬프다. 이 시는 전쟁통에 서방 잃고 슬피 우는 아낙의 한을 엉겅퀴에 빗대어 그린 시다. 얼마나 많은 사내 엉겅퀴들이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헤맬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엄마 엉겅퀴 아기 엉겅퀴가 평생을 찢긴 가슴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지구 한 귀퉁이 뜨거운 사막에서 햇빛도 얼어붙고 있을 오늘, 오래 묵혀 두었던 이 시를 찾아 소리내어 읽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