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고장, 유림의 고장, 문화의 고장…」
성주에 부임하는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취임사 서두에서 이같은 말을 인사조로 먼저 밝힌뒤 향후 수행할 업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오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었고 또 그 문화와 전통의 맥(脈)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과 긍지를 어느 정도 가져도 되겠지만 이로 인해 시대에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체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만 받는다면 이제 주민들의 의식도 차츰 변해야 할때라고 보여진다.
물론 오늘날 성주를 있게 한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결코 무시하고 간과하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성주인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이같은 성향이 오히려 지역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면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는 말이다.
흔이들 말한다. 「성주에는 희생할 사람은 없고 뒤에서 사설이 긴 사람들만 많다」고.
뿐만 아니라 성주인들은 냉철한 이성에 의하기 보다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모임에서는 쌍방향의 토론이 잘 안되는 경향이 있으며 동창회, 향우회, 동갑계 등 소집단으로는 잘 모이지만 막상 인근 시·군간 갈등 등의 큰일이 벌어지면 이해타산을 따져 슬쩍 발을 빼기가 일쑤라는 것.
또한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해 잘 뭉치지 못하는 이면에는 타지역인을 포용하지 않고 배척하는 배타성과 폐쇄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외지출신 기관단체장의 거의 공통된 의견이다.
관내로 기관장이 새로 부임해 오거나 외지인이 들어오면 업무능력 등은 뒷전이고 제일 먼저 「고향이 어디냐, 출신학교는 어디냐, 성주에 연고가 있느냐」등을 질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성주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20년 넘게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고향이 성주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직도 타지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공무원이 있다고.
이 공무원은 『성주가 고향이면서도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하고 고향은 아니지만 20년 넘게 지역에 살면서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공무원을 비교한다면 누가 진짜 성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이같은 성주인의 성향이 「선비의 고장, 문화의 고장…」이라는 잠재의식속에서 비롯됐다면 이제는 배타성과 폐쇄성을 극복하고 넓은 마음으로 타지역과 외지인들을 사랑으로 포용해야 할때라고 보여진다.
마음속에 닫아 둔 문을 활짝 열어 타지인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 준다면 인구증가는 물론 지역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전되긴 위해선 먼저 인구유입과 세수증대가 선행돼야 한다.
성주는 대구와 인접하여 입지여건상 인근 칠곡·고령군 등과 같이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추세로 정체성이 이어진다면 농가소득은 전국에서도 최상위라고 알려져 있지만 군세는 점점 약화되어 갈 것은 뻔한 일이다.
성주, 칠곡, 고령군의 인구와 군세를 비교할 때 20여년전에는 성주가 가장 우월하였지만 현재는 칠곡, 성주, 고령군 순으로 뒤바뀌였고 앞으로 몇 년 안가서 언제 칠곡, 고령, 성주군 순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그때가서 「성주군은 과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느냐」고 누가 물으면 「유지라고 자처하는 지역유지인 여러분, 지역을 선도하는 사회단체회원 여러분, 풍요롭고 살기좋은 성주건설을 하겠다던 5백여 공직자 여러분들」은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성주는 외부의 자본이 들어오지 않아도 참외수입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외부자본이 들어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답할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선비의 고장, 양반의 고장인데…」라고 운운하면서 과거 아름다운 추억만 되뇌이며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지….
따라서 이제 성주인들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모두가 대오각성함은 물론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지역의 앞날을 함께 염려하고 계획해야 한다.
5만여 지역민들이 승선한 성주호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기 위해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나침반이 되어 방향을 제시하고 전 군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노를 저어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험난한 파도앞에서 피할 방법도, 물러 설 길도 없다고 생각하며….
/이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