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골짜기 골짜기마다
떼지어 가는 안개들
섬진강 굽이
마을 마을마다
돌아 흐르는 강물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냐
아침마다
길을 묻는 나에게
오고 가는 것이 다 무엇이더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
알아 무엇하겠느냐
그저 제 갈 길 가는 푸른 안개들
그저 흐르고 흐르는 맑은 강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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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백두산에서 벋어내린 산줄기가 벋어내려 맺히고 풀리는 명산이다. 능선은 부드
럽고 골짜기는 깊어 골골이 흘러내린 물이 섬진강을 이룬다. 품이 큰 자연은 언제나 사람을 키우고 갈 길 묻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섬진강은 길을 묻는 시인에게 길을 쉽게 일러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가라는 것인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무심히 흐르는 강물과 제 갈 길을 가는 안개를 보면서 시인은 침묵에 젖는다. 사람의 길이 강물의 길과 다르지 않다는 암시일까. 아니면 벌써 강물과 하나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일까. 아늑하고 푸근한 산의 품과 시인의 맑은 명상이 어우러진 시(詩)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