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높다
추수 끝난 우리나라
들판 길을 홀로 걷는다
보리씨 한 알 얹힐 흙과
보리씨 한 알 덮을 흙을
그리워하며 나는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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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는 푸르다. 그러나 지금 여기 보리는 참 귀하다. 보리밭을 찾으려면 아직도 가을보리 거두어 모를 심는 남도로 가야 한다. 새봄의 푸른 보리밭과 종달새 오르는 하늘은 어린 나에게도 눈부신 싱그러움이 어떤 것인지를 풋풋한 이미지로 보여주었다.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의 아들이다. 물이 흐르는 곳에 들판이 있고, 그 들판에서 흙을 꿈꾸는 시인은 한 알의 보리알에서 생명과 고향인 흙에서 그리움을 보고 있다. 이 깊고도 쓸쓸한 충만감.....!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