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을 지나 구불구불 외길 숨 가쁘게 오르면
활목처럼 굽었대서 활미기라고도 부르는
별 고을 하늘아래 첫 동네, 금봉리
비탈진 땅 욕심 없이 들앉은 삼 칸 몇 채
논밭이래야 천수답 몇 마지기
산이 주는 자연의 먹거리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
그 중 한집에 새마댁이 산다
쪽마루에 서면 앞 뒷산 오목하니 산수화 한 목
바깥이 훤히 보이는 삐딱하게 달린 문짝이며
달랑 널판자 두 쪽 걸쳐 있는 뒷간을 보고
짖궂은 손님 새마댁에게 농을 건다
-아지메, 집 좀 고치소, 변소가 저게 뭐요
-긍께 고칠라고 했는데, 영감 다리 뿔라삣제
아들 다리 가무탔제, 내 허리 삐끗하여 이 지랄이제
가실에는 고치야지 카는데....
울담 없는 마당 한 켠
색으로 피는 꽃 아닌 매화한그루
이방인처럼 멋쩍다. 그 사이로
장사밑천 토종닭 종종종 바쁘고
위장병에 좋다는 거자수 진짜배기라
주말이면 입소문 듣고 몰려드는 사람들
정지 옆 솥단지 왼종일 장작불 품어
새마댁 허리 더 굽어진다
고사리 취나물 다래순
묵나물 달게 볶은 조촐한 주안상
단골손님 권해주는 막걸리 몇 잔
흥감이 받아 마시고 그만 셈 헷갈려
칠십도 내리막길 풍뎅이 품새로
어긋 발 뜀박질 공 구르듯 달려와
-오늘 장사 헛지랄할 뿐 했심더
까닥했으면 영감한테 맞아 디질 뿐 했다 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