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을 지나 구불구불 외길 숨 가쁘게 오르면 활목처럼 굽었대서 활미기라고도 부르는 별 고을 하늘아래 첫 동네, 금봉리 비탈진 땅 욕심 없이 들앉은 삼 칸 몇 채 논밭이래야 천수답 몇 마지기 산이 주는 자연의 먹거리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 그 중 한집에 새마댁이 산다 쪽마루에 서면 앞 뒷산 오목하니 산수화 한 목 바깥이 훤히 보이는 삐딱하게 달린 문짝이며 달랑 널판자 두 쪽 걸쳐 있는 뒷간을 보고 짖궂은 손님 새마댁에게 농을 건다 -아지메, 집 좀 고치소, 변소가 저게 뭐요 -긍께 고칠라고 했는데, 영감 다리 뿔라삣제 아들 다리 가무탔제, 내 허리 삐끗하여 이 지랄이제 가실에는 고치야지 카는데.... 울담 없는 마당 한 켠 색으로 피는 꽃 아닌 매화한그루 이방인처럼 멋쩍다. 그 사이로 장사밑천 토종닭 종종종 바쁘고 위장병에 좋다는 거자수 진짜배기라 주말이면 입소문 듣고 몰려드는 사람들 정지 옆 솥단지 왼종일 장작불 품어 새마댁 허리 더 굽어진다 고사리 취나물 다래순 묵나물 달게 볶은 조촐한 주안상 단골손님 권해주는 막걸리 몇 잔 흥감이 받아 마시고 그만 셈 헷갈려 칠십도 내리막길 풍뎅이 품새로 어긋 발 뜀박질 공 구르듯 달려와 -오늘 장사 헛지랄할 뿐 했심더 까닥했으면 영감한테 맞아 디질 뿐 했다 아이요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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