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지역의 티베트와 신장(新疆)자치구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지역의 분리 독립운동 세력들은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자신들의 요구를 외부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각종 시위와 테러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티베트 망명자 수백명이 지난 10일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를 출발해 오는 8월 말까지 티베트 인근 중국 국경지대에 도착하는 6개월 간의 도보 대장정(大長征)에 올랐고, 인구 1천9백만명 중 9백만명이 무슬림 위구르족으로 구성된 북서부 신장자치구에서도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할 목적의 테러 용의자 십여명이 사살되고 일부는 긴급 체포됐다고 한다.
필자는 외신의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 십 수년 전 국방대학원에서 국제정치 및 전략을 공부할 당시 중국의 분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기에 이를 정리해 본다.
당시 필자가 내린 결론은 ‘중국의 분열은 필연적이며,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그 이유를 상호관계가 큰 다음의 몇 가지 사실과 사례들로 설명할 수 있다.
고도의 경제성장은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중국은 십여 년 이상 해마다 10%를 훨씬 상회하는 고도성장을 지속해 세계 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민들의 생활수준은 크게 향상됐으며, 이런 현상을 마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대입하면 중국인들은 이제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 개개인의 안전이나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지속되고 있는 공산정권의 경직성과 철권통치는 인민들의 욕구와 상충되어 갈등과 마찰을 빚게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가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했던 60년대는 숨죽이며 살았으나 살림살이가 나아진 80년대부터 민주화의 욕구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13억이 넘는 중국은 다민족으로 이뤄진 통일국가이고, 중화민족이란 중국 각 민족을 총칭하는 뜻이다. 중국은 총 56개의 민족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족(漢族)이 총인구의 약 91.6%를 차지하고 그 나머지는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수민족 가운데는 위그루족, 티베트족, 조선족 등 18개 민족이 각 1백만명 넘는 세를 과시하며 주로 일정한 지역에 모여 살고, 각기 다른 고유한 풍속과 종교신앙, 언어(일부 종족은 문자까지) 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반도의 48배가 넘는 광활한 면적에 행정구역은 22개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2개 특별행정구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행정구역마다 종족 분포나 생활관습 등이 다른 특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질적 요소들과 강한 민족주의 성향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민족구성과 행정구역 등에서 작용하는 이질감과 민족주의 성향은 중앙정권의 통제력이 효과적으로 미치지 못할 경우 또는 민족 정체성 욕구가 분출될 경우 극심한 분열상을 보일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연방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여러 국가가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중국의 통치체제와는 완연히 다르다. 이들 국가들은 느슨한 통치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질적 요소들이 융합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반면 중국은 전제적 통치체제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상황이 도래될 경우 그만큼 폭발하기 쉽다.
그 막강했던 구 소련이 16개 국가로 쪼개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 만 다양한 민족 구성, 광활한 국토와 효과적 통제를 위한 철권통치체제 유지 및 이에 대한 인민들의 반발이 불러 온 어쩔 수 없는 결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고 했던가.
역사는 반복된다
중국은 기원전 하, 은, 주를 시작으로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진시황에 의해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진나라는 다시 갈라졌고 유방과 항우의 쟁투를 거쳐 한제국이 탄생하게 되며, 한제국은 또 다시 위, 오, 촉 삼국으로 갈라졌다가 남북조(5호16국) 시대를 거쳐 수나라로 통일된다.
수나라가 멸망하고 당이, 당이 오대십국으로 분열됐다가 송나라, 이어 남·북송, 요, 금의 할거를 거쳐 몽고족에 의해 원나라로 통일되며, 원이 멸망하고 명나라가, 명은 다시 여진족에 의해 멸망하고 청나라가 세워졌다. 청은 다시 중화민국을 거쳐 모택동에 의해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했다.
중국의 반만년의 역사는 이렇게 분열과 통합을 거듭한 부침의 역사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시대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반복된다고 한다.
티베트와 신장지구의 분리독립운동의 태동이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고도경제성장이 가져온 민주화의 열망과 전제정치와의 마찰은 민족의식을 자극해 분리독립운동을 가속화시킬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국제전략
미국은 지금의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일극체제의 국제적 위상이 변할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미국은 과거 구 소련과 양극체제를 유지하면서 소위 냉전이라는 소모전을 경험한 바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극단의 처방으로 구 소련을 해체하는 전략을 성공시켰다.
이 후 미국의 주도 하에 세계정세가 좌지우지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 중국이며, 러시아도 중국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외환보유고, 자원외교, 국방력 강화, 우주개발 등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였으며, 급기야 미국에 필적할 상대는 중국이라고 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대중국 포위전략을 구사해 왔다. 중국의 주변에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과 실질협력을 강화하고 일부 국가에는 軍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이 실패했음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미국은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기를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꺼낼 최후의 카드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중국분열’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상대국을 그 나라 사람보다 더 잘 알만큼 치밀한 국가이다. 중국의 근본적인 약점과 저간의 고민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어쩌면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분열은 필연’이라는 생각은 필자의 단견에 불과하므로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우리의 미래는 보다 희망적이 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예를 들면 거대 중국과의 저자세 외교나 통상마찰을 피할 수 있고,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고토 회복 등에 보다 유리할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