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총선이 ‘일은 하되 대화하라’는 절묘한 주문의 민심을 반영한 채 막을 내렸다.
내심 절대 안정의석(각 상임위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는 의석 수)을 바라던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면서 과반 의석에 겨우 턱걸이 한 것은 이런 민심을 잘 반영한 것.
더욱이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박승환, 정종복 등 소위 MB 실세들의 대거 탈락과 함께 소위 텃밭이라던 영남권에서의 사실상의 패배는 향후 정국운영과 당권경쟁에 큰 변수를 던져주게 됐다.
특히 한반도대운하 건설, 경제 살리기 등 굵직한 정책현안들을 추진해야 하는 MB에게 야당과의 ‘대화와 협조’라는 과제를 안겨줌으로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빚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총선결과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MB의 인기하락, 야당주자들의 견제론,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 등이 민심을 크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역시 돌풍의 핵은 박근혜 정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공천탈락자들이 친박 정서를 등에 없고 무려 26석이나 확보해 정국운영의 캐스팅 보트 역할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친박 성향의 의원들까지 고려하면 당권경쟁이나 운영, 차기 대권도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고위 당직자들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던 친박 당선의원들의 복당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복당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분당·창당 등 정계 개편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박근혜 바람은 고령·성주·칠곡 지역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인기 후보가 비록 여론조사에서 줄곧 근소한 차의 ‘우세’가 지속됐지만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터라 막판에 뒤집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바람은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폭풍이었다. 이 후보는 투표율이 낮은 가운데서도 성주군에서 2천217표를 뒤졌을 뿐 고령 칠곡에서 4천77표를 앞서 1천860표 차로 승리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기세가 박근혜 정서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석호익 후보는 칠곡군에서 비교적 선전했으나 출생지인 성주에서의 표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고 고령군에서 뒤진 것이 뼈아픈 패배의 원인이 됐다.
이 당선인은 연령과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점을 고려할 경우 향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치적 궤를 같이하고 지역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의정활동을 펼친다면 당분간 독주가 예상될 정도로 날개를 단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