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다한 폐 보온덮개, 차광막 등에 의해 들판이 온통 흉물스럽게 변해 갈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못쓰게 된 보온덮개나 차광막 등을 처리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들판 곳곳에 방치하거나 야적, 심지어는 소각처리 해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폐비닐의 경우 마을단위로 모아 자원재생공사에 반납할 경우 ㎏당 60∼80원을 보상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거가 잘 되는 편이나 폐 보온덮개 및 차광막에 관해서는 관계법도 미비하고 수거대책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군 관계자도 “특별한 수거대책이 없으며 농가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 처리 해야할 물량이 얼마인지, 어떻게 처리해야 될 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경작지 한 귀퉁이에 야적해 놓거나 다른 농자재 덮개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논두렁에 잡초방지용으로 깔아 놓기도 한다. 일부는 소량으로 농지 주변이나 인적이 드문 계곡 등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몰래 태우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적 더미에는 고양이, 쥐, 뱀, 야생동물 등이 우글거리고, 방치한 폐 자재는 수로로 유입돼 유수흐름을 방해하는 등 2차 피해를 유발시키며, 땅에 묻혀 토양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폐 보온덮개 및 차광막은 대부분 폴리에틸렌(흔히 프라스틱) 성분으로 재생자재다. 잘 부식되지 않는 반면, 햇빛에 약해 장기간 노출 시 삭아서 부스러진다. 따라서 바람에 날려 토양 및 수질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또 소각 처리할 경우 심한 매연발생으로 대기오염을 유발시키므로 소각이 금지되어 있다.
“청정환경이 죽어가고 있다”
폐 보온덮개의 경우 3온스, 6온스, 9온스 등 인조 솜의 두께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수명은 관리상태, 덧대기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통상 15년 내외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질이 낮고 값이 싼 중국산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다. 무게는 20m당 20∼30㎏으로 참외재배시설 1동에는 통상 200∼300㎏이 소요되나 사용과정에서 흙이나 먼지, 물기에 젖을 경우 그 무게는 훨씬 증가된다.
차광막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참외재배 농가뿐만 아니라 버섯재배 등 작목에 따라서는 상당량을 사용하며, 수명이나 무게는 보온덮개보다는 가볍고 짧다. 용도 폐기된 차광막 처리는 폐 보온덮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성주 들녘에 얼마나 많은 폐 보온덮개와 차광막이 방치되어 있을까? 참외 경작규모를 8만 동 정도로 가정한다면 보온덮개는 무려 1천600만m(실제 2중 덮개 사용 등으로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 무게로 환산하면 최소 1만6천톤(사용 전 무게)에 달한다. 1톤 트럭 대당 3톤씩을 적재한다고 해도 5천300대 이상의 분량이다. 여기에다 차광막을 더할 경우 그 분량은 크게 늘어난다.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보온덮개를 사용한 것으로 보면 이
미 상당량의 폐 보온덮개가 들판 여기 저기에 널 부러져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농민들조차도 폐 보온덮개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농민은 “들판 아무데나 방치하기 때문에 바람불면 찢어진 부분이 펄럭여 보기에 흉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솜 같은 내용물이 바람에 날린다”며 “폐비닐처럼 처리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모 씨는 참다못해 구미시 폐기물 처리장을 찾았으나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1톤 트럭 1대당 20만원의 비용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처리비용만 10억원을 훨씬 웃돈다. 사용 후 무게와 차광막을 더할 경우 그 비용은 더욱 커진다. 농민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인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더욱이 매년 폐기물량이 가중될 예정이어서 그 폐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법 미비로 뾰족한 방법이 없기는 하지만 이를 탓하기 전에 청정환경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