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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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덧없다는 말은 10대, 20대의 젊은 날에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3,40대를 거쳐 가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누구나가 공감하는 말이다. 세월은 빠르게 우리 곁을 스쳐가고 사람은 뜻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뜻이 있어도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고 뜻밖의 암초가 나타나 좌절되기도 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 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이 생겼으리라.
시인은 이십대와 삼십대, 사십대를 지나오면서 삶의 깊은 진리를 터득한 듯하다. ‘모든 그때는 절정’이고,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고.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임을 쉰이 되어서 문득 깨달은 것이다. 한 해라도 더 젊은 나이에 삶이 언제나 절정이고 언제나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면, 그는 ‘깨달은 사람(見者)’이고, 삶의 핵심에 도달한 사람이 될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런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 무서운 것이다. 그걸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쉽고도 평이한 언어로, 그러면서 절실하게 깨우쳐 주고 있다.
배창환 (시인 ․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