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가지 곡식 가운데 쌀이 으뜸이다.
죽은 사람 입에 넣어준다는 쌀.
그래서 저승까지 가지고 간다는 쌀.
농부들의 정성과 철마다 피는 들꽃들의 숨결과
나비와 벌과 새들의 노래가 있어
온 생명이 다 들어 있다는 쌀.
백 가지 약보다 좋고,
먹으면 먹을수록 마음이 고와지고,
이웃을 도울 줄 아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쌀.
수천 년 우리 겨레의 목숨을 이어 온 쌀.
쌀이 후손들의 목숨을 이어줄 것이다.
사람은 쌀로 지은 밥을 나누어 먹어야 한다.
온갖 원망과 미움 다 녹이는 밥.
흩어진 식구들 한데 모으는 밥.
산 사람 죽은 사람 이어주는 밥.
밥을 나누어 먹어 본 사람만이
사람 귀한 줄 알고
깊은 정이 무엇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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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밥을 먹으며 이어 온 우리 겨레의 생명 에너지의 원천이고, 쌀을 경작하고 거두어 들이는 노동을 하면서 살아 온 우리 겨레의 일과 놀이 문화의 바탕이었다. 백곡의 으뜸이고 산 사람에게는 ‘백 가지 약보다 좋’은 약이고, 가신 조상을 만나는 제삿날에는 정성을 다해 밥을 지어 한 그릇 수북이 담아 드리는 최고의 선물이니, 이보다 귀한 보물이 또 있으랴.
시인은 한 톨의 쌀에 들어 있는 ‘농부들의 정성과 철마다 피는 들꽃들의 숨결과/ 나비와 벌과 새들의 노래’를 보고 듣는다. (그래서 그는 진짜 시인이다.) 그리하여 마치 쌀에게 전생에 큰 빚을 진 사람처럼, 쌀의 고귀함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우리는, 오늘날 무한히 복잡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는 것이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하고, 그런 가운데 사람살이의 뜻이 숨어 있음을 퍼뜩 깨닫게 된다. 우리 몸과 정신의 생명줄인 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리고 세상에서 농부가 가장 귀하다.
배창환(시인 ․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