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잦은 성주에는
땅위에 하얀 집들
하루 종일 걸어와도
세뼘밖에 못 왔구나
서산에 해 기울면
더 못한 일 아쉽고
동녘이 밝아오면
더 못 쉰 밤이 아쉽네
농부의 아내로서 무한한 소망
서울서 온 저 아낙 고운 피부 날 주고
시름 담은 저 박스 성심 쓰고 가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하얀 동네가 나의 동네
빠른 손길로 살펴봐도
아직도 멀었구나
봄을 알리는 아지랑이
하얀 지붕 위에 노닐고
가야산 노을빛에
그 열매 참 곱구나
농부의 아내로서 무한한 야심
서울서 온 저 손님 참외촌 구경하고
신토불이 담은 박스 후이 주고 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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