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부터 고향사랑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그때마다 고향 참외에 대한 화제가 많았으며 나 또한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래 전 얘기지만 처음으로 성주참외를 홍콩에 수출했던 시절의 일이 떠올라 감개무량했다. 당시는 홍콩이 중국에 복귀되기 전이라 홍콩정부가 보호해야 할 또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농민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외시장의 개척목적지로 지목했으며, 이를 토대로 일본 동남아까지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다. 이렇게 애정을 가졌던 시절을 되새겨 보면서 한동안 소홀했던 참외에 대한 관심이 고향모임으로 인해 다시 살아나 새롭게 재조명할 의욕을 북돋았다.
출향인 누구나 그러하듯 4월이면 서울거리 곳곳에서 샛노란 자태를 자랑하는 ‘성주참외’를 볼 수 있으며, 이를 보노라면 성주참외축제의 계절이 다가오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참외축제는 해를 거듭할 수록 다양한 볼거리와 다채로운 체험행사 등으로 내실 있는 축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을 갖게 되며, 애쓴 분들과 함께 기뻐해 마지않는다. 특히 세종대왕 자태실의 봉안의식이란 역사적인 행사를 가미해서 국내 어떤 축제들과도 차별화가 부각되면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것 같다. 비록 짧은 계절행사이긴 하나 출향인들에게는 이른봄 ‘거자수축제’와 함께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고향을 찾게 만드는 좋은 행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참외를 소재로 하는 행사가 성주참외의 유명세와 비교해볼 때 ‘아직은 더 개발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있기도 하다. 참외축제가 아직 일천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들만의 풍년을 기원하는 자축행사로 비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가 없다. 또 성주참외라고 하면 전국 어디서나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상품인데 성주참외축제는 그 명성에 비해서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축제기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부터 사라지고 마는 것이 몹시 아쉽게 느껴졌다.
몇 년 전 가을, 이른 아침에 기차를 타고 김제 만경평야를 달렸던 적이 있다. 아침 햇살이 퍼짐에 따라 안개 속에 숨겨져 있든 만경평야의 풍요로움과 찬란한 햇살에 번득이는 황금파도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는 감동을 맛보았다. 몇 년 후 만경평야의 가을축제가 탄생되었고, 최근 고창의 청보리 밭 축제가 생겨나는 것을 보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성의 녹차 밭도 훌륭한 상품으로 등장하지 않았는가. 이와 같은 것이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대인이 자연으로부터 느끼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은 산골마을 골짜기에 겹겹이 쌓인 다랑논을 가지고 관광상품을 만들고 있다. 보존하고 다듬어서 벼를 심기도 하고 (여기에 심는 벼는 쌀 수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님) 자운영 같은 보랏빛 꽃이 피는 사료용 작물을 심어 볼거리가 될 만큼 잘 손질하고 있었다. 기계화 생산체제가 어려운 협소한 산골 농지를 이용해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행 전문가에 의하면 관광의 목적지가 따로 있어도 지나면서 잠깐씩 둘러보는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서는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는 지적을 곱씹어 볼 대목이다.
우리고향 성주는 지금 자체적으로 생활사문화, 역사정신문화, 자연생태문화에 역점을 두고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서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성주참외 생산문화를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면 어떨까.
왜관에서 다람티 고개를 넘어서면 온 천지에 펼쳐지는 새하얀 비닐하우스, 그 속에 융단처럼 깔려있는 참외넝쿨, 그 속에 점점이 박혀있는 황금빛 참외 알, 이를 위해 땀흘리는 우리 형제들, 멋지게 잘 정리된 참외밭을 볼 때 과연 이렇게 해서 그 유명한 성주참외가 탄생되는구나. 성주참외의 명성이야말로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크게 자랑하고 싶다.
성주참외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지만 이렇게 정성 드려 정결하게 가꾸고 있다는 것을 실제 종사자 이외에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고향의 일이라 알고 있지만 이천 냇물이 흐르는 성밖숲 다리 위에 서서, 백전, 용산, 해평까지 끝없이 뻗어 있는 하우스 들판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장관 중에 장관일 것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세계 어디를 가봐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나는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과연 성주가 그 유명한 명품참외의 산실임을 마음속 깊이 새기도록 해보자. 간단한 전망대라도 만들어주고, 또 이들을 잠깐이나마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관광에서 체험관광까지를 아우르는 관광상품을 생각 해보자. 더구나 수 백년 나이(350년 정도)를 자랑하는 성밖숲 왕버드나무 군락 아래서 서남향에 우뚝한 가야산 영봉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고속도로도 생겼고 전국에서 모여드는 가야권 역사문화 탐사와 불교문화유산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해인사 대장경각 등도 있지 않은가.
이제 전국으로 눈을 돌리고 세계를 끌어들이는 시대를 맞은 것 같다. 알찬 홍보자료를 만들어 여행상품에 끼워 넣는 작업을 서둘러 보자. 내년부터라도 명품의 산실, 새하얀 파도가 넘실거리는 성주참외평야를 거쳐 가야산 해인사의 불교문화, 위대했던 대가야의 문화유산을 관광할 수 있는 훌륭한 상품을 탄생시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