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참외재배사로 채워진 월항면 안포리 들판에 최근 거대한 화훼(장미)시설이 들어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11,375㎡(3,500평)의 부지 위에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장미를 재배하면서 부농을 꿈꾸는 김재동 씨(51)가 그 주인공. 재배사를 꽉 매운 10만 그루의 장미는 7가지 색상의 예쁜 꽃을 피우며 진한 장미향을 풍기고 있다. 가히 장관이었다.
김 씨는 2006년 후반기 시설공사에 착수해 작년 3월에 공사를 끝내고, 4월에 장미 모종 10만 그루를 정식, 8월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하루 평균 1만송이(10송이 1천단)를 전량 서울 반포로 출하하고 있으며, 월 매출이 3천만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후반기부터는 출하량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며, 정식 3∼4년차에 최고의 출하량을 보이므로 이에 따라 매출액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상 실내온도를 섭씨 20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재배시설은 완전 자동화다. 외부 비닐막은 여름철 실내 온도에 따라 자동 개폐되며, 겨울에만 사용하는 2중의 두꺼운 보온 부직포는 버튼 하나로 움직인다. 대형 온풍기 6대는 온도에 따라 작동되고, 24시간 가동되는 75만㎈의 갈탄보일러에 의해 데워진 섭씨 42도의 온수는 54대의 라지에터와 송풍기에 의해 그 온기가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간다. 시설비로만 6억원 가량이 들었다니 놀랍다.
장미 재배와 출하, 운영관리에 두 명의 형제와 아들 등 5명이 전부인 가족농장이다. 남자들이 출하할 장미를 꺾어 오면 아주머니가 선별하고 단을 지운 뒤 상차해 서울로 보낸다니 규모에 비해 인력 소요는 적은 편이다.
김 씨는 경남 합천 태생으로 1975년부터 성서에서 22,750㎡(7천평)의 농지에 수박, 토마토, 풋고추, 장미 등을 재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죽전지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물색하게 됐고, 일조량이 좋고 수량이 풍부한 월항면 안포리를 장미재배의 최적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부농을 꿈꾸는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농장을 확장하고 싶어 농지는 마련했는데 시설비 투자여력이 부족하고, 최근 유가 등 연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참외 농가는 지원이 많던데…”라며 말꼬리를 감춘다. 대체농업으로서의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총 1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그 용기와 선택이 순수해 보였으나 그 돈이면 다른 길도 많은데 굳이 어려운 농사를 택했느냐는 물음에 “배운 게 이것 뿐”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행복의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를 되새김해볼 수 있는 진짜배기 웃음이었다.
참외고을에서 장미재배로 연착륙 할 수 있는 관건은 성주를 생활터전으로 선택한 김 씨에게 이웃의 따뜻한 도움과 정부의 배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