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봉우리 일곱 모여
칠봉 되기까지
티끌 같은 세월이 필요했다
아니다
청년 김창숙이
망국의 산마루 넘어가는 노을빛 받아 나서
헌헌장부 가슴 키워
두 자식 눈먼 역사 앞에 바치고도
모진 고문 받아 앉은뱅이 되어서야 옥문 나서2)
험산준령 넘고 넘어
빼앗긴 나라 되찾아 올 때
그때 저 일곱 봉우리와
고샅마다 점점이 울려 퍼지는 아침 햇살
함께 찾아왔다
평생을 쩡쩡한 칼 마음 갈아
천지에 우뚝한 심산(心山) 세웠으되
통일 나라 못 이루어
지금도 전국을 풍찬노숙 중이시다
이러매 사람이 산을 닮는다는 말
틀림이 없다
산도 때로 사람을 닮는다
볕 잘 드는 이 마을 대대손손
순한 뼈 묻어 삭힌 논둑 밭둑 품고 있어, 거기
사람이나 짐승, 나고 돌아갈 자리
한 천년은 족히 더 넉넉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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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칠봉산: 선생이 나서 자라신 경북 성주군 대가면 사도실 앞에 있는 산.
2)앉은뱅이 되어서야 옥문 나서: 선생의 시 ‘반귀거래사’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