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최근 친환경농법 확산을 위해 시범추진한 ‘왕우렁이농법’이 지역특성과 추진시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책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성주군농업기술센터(소장 홍순보)에서는 관내 친환경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왕우렁이농법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7일 수륜면 김모 씨의 농가 10,000㎡에 왕우렁이 60㎏을 투입하는 등 총 3농가, 3ha에 왕우렁이를 방사했다.
기술센터에 따르면 친환경우렁이 농법은 농약에 의한 토양·수질오염을 방지함은 물론 소비자들의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따라서 왕우렁이농법 실천은 농가에서도 선호하는 농법이 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농법은 벼 재배농가에서 제초제를 사용하는 대신 이앙 후 왕우렁이를 넣어 주어 수면아래에 있는 수초·잡초 등을 계속적으로 먹어치우게 하는 친환경농법으로 자연생태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환경부 및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친환경농법의 하나로 도입된 왕우렁이가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이미 지난해 5월 왕우렁이는 ‘생태계 위해성 2등급’으로 분류됐으며 환경부는 ‘법정생태계교란종’으로의 지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생태계교란종 지정 시 잡초방제용으로의 사용자체가 불가하므로 관련사업 추진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실정이다.
농업인 단체와 농촌진흥청 등에서는 “단순월동만으로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것은 억지”라며 “친환경농업으로 자연생태계를 지켜주는 왕우렁이를 생태특성이 판이한 외국사례를 들어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왕우렁이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몇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많은 지자체가 이를 준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이 달 초 “왕우렁이 월동실태 조사결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만큼 장마철 이전에 집중 수거하겠다”며 “수거한 왕우렁이는 가공식품 또는 친환경 농자재 원료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방사된 왕우렁이 중 일부가 재배지역을 탈출해 일반 자연생태계로 유입되며, 겨울추위를 이겨내고 월동해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성주군농업기술센터 역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왕우렁이 입식 후 4mesh이상의 망을 용수로 및 배수로에 설치해 왕우렁이의 이동을 억제하여 외부 유출을 철저하게 방지하겠다”며 “또한 왕우렁이 입식 20∼30일 후 장마 전에 본 논에 감자를 넣은 통발을 설치해 왕우렁이를 유인 제거하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장마 전 제거를 통한 관리계획을 발표한 성주에서 정작 시범사업으로 왕우렁이를 방사한 시기가 바로 장마 시작일인 17일이었다는 것. 결국 행정이 세밀한 계획수립 없이 시범사업을 추진, 안전먹거리 생산의 주역인 친환경농업인이 자칫 생태계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오명을 받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개방화시대 농민들이 생존하는 길은 친환경농업 뿐이나 아직 기술적으로 정립된 것이 없다”며 “그나마 친환경 우렁이농법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업이든 추진과정에서 문제에 봉착할 수 있지만, 철저한 계획수립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지역특성과 추진시기 등을 고려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며 무사안일 행정에 대해 질타했다.
이에 대해 기술센터 관계자는 “지역의 모내기시기는 5월초부터 이 달 중순경까지로, 왕우렁이의 방사시기는 모내기 후 일주일 여가 지난 시점”이라며 “유기농 농가와 일정을 맞추다보니 추진이 다소 늦어졌으나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미미한 실정임은 물론 장마 전 제거 역시 필수사항은 아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