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이란 게 워낙 꽃 한대
채소 한 포기 키울 틈새가 자유롭지 못하다.
계단 턱 뒷담에다 스티로폼 박스를 놓고
들깨 몇 포기를 심었다.
생각나면 찾아가 깻잎을 딴다.
얼마지 않아 깻잎마다 뽕뽕 구멍이 났다.
이놈 어디 숨었지. 잡아야겠어.
찾지 못하겠는데 저놈을 어떡하지.
약을 사다 쳐, 말아.
들깻잎은 냄새가 심해서 독해 보여도
속에 물렁한 감홍시를 품었는지
갖은 벌레들이 엉겨붙고
병균도 자주 꼬여들어
잔 병 큰 병치레 많다.
병반점이나 벌레에게 찝힌 자죽 하나 없는
큼지막한 깻잎을 곧잘 싸 먹다가도 가끔
어째 이리 싱싱할 수 있냐는데 생각이 미치면
몸서리가 쳐진다.
아마 살충제 살균제를 뒤집어쓰며 컸으리라.
그래 손수 심은 청정 깻잎으로
풋나물의 수요를 보태려는데
구멍 난 건 말할 것도 없고
반면이 날라간 것 잎자루만 남은 것 등
성한 잎이 별로 없이 상처투성이다.
허락도 없이 주인보다 먼저 무임승차 한 놈
요 괘씸한 방해꾼놈하고 살의를 느낀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곳은
내가 가꾸기 전부터 풀들이 나고
여기 번지를 둔 원주민 벌레들이
터 잡고 살아온 곳 아니냐.
내가 미워 깻잎을 먹은 것도 아니고
습관처럼 거기 있으니까 먹는거.
나야 밥 먹고 고기 먹고 그래도 모자라
그야말로 입가심으로 먹는 깻잎 아니냐.
그들은 반찬 하나 없이 깻잎이 주식이다.
몸이 파랗도록 깻잎만 먹는다.
무공해 채소는 벌레 먹어 구멍난 것 고르면
물어볼 것도 없다지.
그냥 깻잎 쯤은 나누어 먹고 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