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콩밭에서 달팽이들의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세계 속의 달팽이가 되려면’이었다. 진화론을 연구한 학자 달팽이가 논문을 발표했다. “나는 바다에서 무수히 번성하는 오징어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오징어의 원조는 앵무조개인데 그들도 우리처럼 두꺼운 껍질을 보호막으로 삼고 살아가는 바다 조개였습니다. 그런데 선구자 오징어가 깊이 고민했습니다. ‘껍질을 버리고 자유를 택할 것이냐, 자유를 버리고 계속 껍질을 고수할 것이냐?’ 마침내 오징어의 조상은 보호막의 껍질로부터 탈출을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껍질을 버리자 오징어의 다른 편이 발달했습니다. 그늘 속에서만 열리던 눈이 활짝 열렸고, 촉수가 매우 예민해 졌습니다. 몸매도 유선형으로 다듬어졌습니다. …… 인간들을 보십시오. 무기의 껍질, 권력의 껍질, 금력의 껍질을 지닌 사람보다도 맨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편에서 역사는 발달하고 있습니다.” 학자 달팽이의 주제 발표가 끝난 후에 달팽이들은 곧 토론에 들어갔다. “껍질을 버릴 것이냐 말 것이냐?” 그런데 오늘도 그 토론은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껍질들은 우리를 질식시키는 굴레요, 자유를 박탈하는 멍에요,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슬이다. 이 껍질을 벗어버리지 못할 때 인간은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될 것’ 그런데 두꺼운 껍질을 쓰고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것은 달팽이만은 아니다. 사람이야말로 여러 가지 두꺼운 껍질을 만들어 가지고 그 속에 머물면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껍질이 두꺼울수록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껍질을 더욱 두껍게 만드는 일에 온 힘을 다 기울이고 있다. 권력과 금력의 껍질, 학벌과 학위의 껍질, 체면과 명예의 껍질, 이기심과 자존심의 껍질, 편견과 습관의 껍질, 오만과 독선의 껍질, 한 걸음 더 나아가 죄와 죽음의 껍질을 뒤집어쓰고는 그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사람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껍질들은 사실은 그들을 질식시키는 굴레요, 자유를 박탈하는 멍에요,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슬이다. 이 껍질을 벗어버리지 못할 때 인간은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고 만다.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나아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부자였고 율법대로 살아가는 촉망받는 관리였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가 쌓아 올린 껍질을 더욱 두껍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재물과 명예의 껍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서 영생의 껍질까지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껍질인 재물을 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처분하고 나를 따르라고 했다. 또 하나의 껍질인 영생을 위해서는 기존의 껍질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낙담하고 슬픈 표정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것을 보고 예수님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라고 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세리장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나 지금까지 싸 온 모든 껍질을 벗어 던지고 자유로운 눈이 뜨이게 되었다. 그가 의지해 온 그 껍질이 아주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즉석에서 예수님께 서약했다.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갑절을 갚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예수님은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라고 했다. 내가 자랑하는 껍질을 벗어 버려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뜨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의 껍질만이 아닌 여러 개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그 속에서 안주하면서 새로운 넓은 세계로의 탐험을 거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껍질들을 하나하나 벗어 버려야 한다. 좀처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성 선입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잘못된 습관, 자기 가족만 귀하게 여기는 가족 이기주의,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 자기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만 머물려고 하는 소극성, 한번 토라지면 용서할 줄 모르는 옹졸함, 증오심, 오만, 독선, 이 모두가 우리가 벗어 버려야 할 껍질들이다. 이 정부부터가 지난날의 ‘현대’의 껍질, ‘청계천’의 껍질을 벗어 던지고 맨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하면 ‘오징어’의 조상처럼 새로운 ‘눈’이 활짝 열리고, ‘촉수’가 매우 예민해질 것이며, ‘몸매’도 유선형으로 다듬어질 것이다.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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