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유학 경험도 전혀 없는 초등생이 오직 원어민 교사의 주말 지도와 방과후 학교 수업으로 연마한 영어실력으로 지난 16일 주한미군이 주최한 영어 웅변대회에서 상당수의 유학파 학생을 물리치고 최고상인 ‘주한미군사령관상’을 수상해 기염을 토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진(구미 동부초등교 4학년) 양과 배민지(성주초교 1학년) 양. 이들은 본선에 오르기 전 대구·경북지역예선에서 이 양은 최우수상, 배 양은 3위에 입상했다. 최우수상 수상자만 본선에 오를 수 있는 규정에 따라 이 양이 본선에 참여해 최고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이 두 학생은 비교적 영어에 능통한 성주출신 엄마 밑에서 자랐다. 이양의 엄마는 유수경(구미 거주, 영어 교사) 씨, 배 양의 엄마는 유수정(성주읍 거주, 수정공부방 운영) 씨로 이들은 친자매다.
특이한 점은 이 양이 학교의 적을 성주중앙초등학교에 두고 출전했다는 점이다. 이유인 즉 주한미군 소속 병사가 원어민교사로 지원하는 학교 학생들만 출전할 수 있는 자격 규정이 있었지만 이 양이 다니는 구미 동부초등교는 주한미군 지원 대상학교가 아니었다. 원어민교사의 지도를 갈망하던 이 양은 생각 끝에 마침 자원봉사로 원어민 교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이모 수정 씨를 따라 실로암과 중앙초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에서 4개월 정도 원어민교사 수업을 받았다.
현재 실로암(주 2회, 목·일요일)과 중앙초등교(주 1회)는 왜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 캠프캐롤에서 원어민교사 무료지도가 시행되고 있다.
웅변대회 소식을 접하고 출전을 고심하던 이 양은 엄마와 이모를 설득하고 중앙초등학교와 협의 후 출전하게 되었다. 본선에 참여한 전국의 많은 어린이 중 해외 유학파나 어릴 때 외국에서 살던 어린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양은 평소 영어학습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엄마와 이모의 지도를 받으면서 실로암과 중앙초교에서 4개월여 원어민교사에게 지도를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유학이나 특별한 학습기회를 갖지는 않았지만 당당하게 이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이모 수정 씨는 “이진이는 학교성적이 우수하고 언어구사력이 뛰어나며, 외국인과 만나 대화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러나 이렇게 큰상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영어 열풍과 함께 너도나도 유학이나 해외연수를 선호하는 분위기에서 ‘어디서’ 보다는 ‘어떻게’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엄마 수경 씨는 비결을 묻는데 대한 답으로 이렇게 말했다. 가끔씩 아이들이 “우리나라가 약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가 큰 나라 보다 못해서, 가난하기 떄문에 영어를 배워야 하지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는 절대 약하거나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지거나 가난하지 않다. 총이 없이도 큰 나라와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나라이고, 우리 문화는 그 어느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며, 우리나라는 너희들과 같은 수많은 인재를 가지고 있기에 부강하다”라고 대답합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우리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금은 영어를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후엔 아주 작은 나라들의 언어도 배워서 우리 문화를 알려야 합니다. 우리아이가 최고이듯이 우리 아이의 나라도 최고입니다. 전 우리 아이들이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