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하고픈 말씀 다 나누지 못 하고 이렇게 가시다니 청천 벼락이었습니다.
7월 22일 밤 불현듯 선생님 생각이 나서 펜을 들고 그 동안 소식 전하지 못하였음을 사과하고 무더운 여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면서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하였는데 선생님은 그 시간에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이튿날 우편물을 붙이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데 선생님이 타계하셨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천리 길을 멀다 않고 달려 가 보니 꿈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성주 교육발전위원회의 최성고 사무국장과 홍연옥 이사와 함께 선생님의 영정 앞에 섰습니다.
김대일 군이 오열하니 저도 덩달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하얀 머리칼 안경 너머로 내려 다 보시는 선생님의 영정은 왜 그리 슬퍼 보이는 지 설음이 복받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인자하신 모습에서 지난날이 어려 왔습니다. 55년 전 선생님은 전쟁의 와중에서 의병제대를 하신 후 저희 모교 성주중학교에 복직을 하셨고 저는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 마을과 저희 동네가 이천을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이었기에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오직 흙에서 사시면서 농업 후계자 양성과 고향발전에 솔선수범 하신 선생님은 저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수박의 접목 방법과 획기적인 재배기술을 연구 개발하여 수박선생님이란 별명을 얻으셨고, 참외 재배단지도 조성하여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였음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으며, 오늘날 성주수박과 성주참외의 브랜드를 창조하신 장본인이 십니다. 그리고 28여년 간 성주 중·고등학교에서 장기 근속하신 것도 전무후무 한 기록이라고 봅니다.
1975학년도 제2학기 때인가 봅니다. 47세의 연세로 선생님은 울릉군 북 중학교 교장 발령을 받으신 후 이듬해 1월인가 다급한 전화를 해주셨습니다. 학교 서무주임 차석이 교직원 24명의 봉급을 수령하여 귀교하는 도 중 거센 풍랑에 선박이 침몰되어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봉급 전액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당국에서는 그 수습책으로 교장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봉급전액을 변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못난 제자가 감사원에 있었기에 저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저로서는 그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먼저 경북 경찰청에 연락하여 해난 사고여부를 조사보고 하도록 하고 경북도 교육청에 대해서는 교직원 봉급을 우선 지급 한 후 사건해결을 위하여 봉급망실 보고를 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에게 며칠만을 기다려 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만 선생님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하시면서 친구 한 분과 함께 저를 찾아 오셔서 그 당시 실정을 누누이 설명하시면서 매일 밤 고민스러워 뜬눈으로 지샌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바쁘다는 핑계로 변변한 식사 한 번 대접 못한 것이 후회로 남네요.
교육청에서는 곧 바로 봉급을 재 영달하여 지급하고는 저희 직장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청의 조사보고, 교육청의 감사보고, 서무직원의 진술서 등을 참작,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으로 인정하여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관련자에게 무책판정을 하였지요. 선생님은 그 때 감사의 뜻으로 울릉도 오징어 한 축을 보내셨습니다. 오징어를 씹으며 소주 한잔하던 그때가 그리워 지내요.
선생님은 그 후 17년 간 더 교장생활을 영위하셨고 농업교육에 생애를 받쳐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시면서 가장 존경받는 스승으로서 정년퇴임을 하셨습니다. 퇴임 후에도 성주군 교육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성주군 교육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면서 일생을 외길 인생을 사시다가 81세를 일기로 생애를 마감하셨습니다.
이제는 초전면 갈미봉산 선영하에 마련된 유택에서 편안히 영민하시옵소서. 저희 후학들은 선생님의 큰 족적을 더듬어 새기면서 고향의 발전을 위해 일로 매진 할 것을 다짐합니다.
끝으로 선생님이 성주농고 교사시절 지으신 ‘외길’이란 시 한 구절을 읊으면서 다시 한번 선생님의 명복을 비 옵니다.
외 길
나는 흙에서 살리라
날씨가 맑으나 궂으나 바람이 부나
씨에서 싹이 트는 밀 알을 배워
외길로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나는 씨를 뿌리며 흙에서 살리라
명예도 영욕도 흙 속에 묻고 나는 가리라 이 길을 따라
담천이 가시고 맑은 날이 올 때까지
오늘도 즐겁게 외길을 걸어서 간다.
성주 중·고 총동창회장 장해익 재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