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에서 동료 교수들이 “여기는 국립이고 대우도 좋고 무엇보다도 근무하기 편한 곳이니 떠나지 말라”고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우기고 서울로 왔다. 아니나다를까 촌놈이 서울 깍쟁이들 틈바구니에서 적응을 못해 3년이 채 못 되어서 난생처음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시말서라는 것을 써냈다. 그래서 그 해 추석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그때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한 교수가 말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그때 그 사람의 말만 잘 들어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문제없이 해결되었을 텐데…”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직업의식에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고, 영어속담집, 격언집을 들추어 봐도 그런 말은 없었다. 그 대신 이런 교훈을 하나 발견했다.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에게 잘해주어라. 내려갈 때 그 사람 또 만난다”(Be nice to people on your way up because yo will meet them on your way down.-Wilson Minzner) 큰딸이 대학을 나와 강원도 북단인 고성여자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너무 멀어서 힘들어하는 것이 안쓰러워 문교부 국제교육국에 있는 중학교 동문에게 가서 걱정을 했다. 강원도 부교육감에게 부탁해서 한 달 이내에 가까운 횡성고등학교로 옮겨 주었다. 공군에 입대해 있는 맏조카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큰아버지, 김 장군님께 부탁해서 공군기술학교에 들어가게 해 주세요” 대구 동촌의 공군비행대를 찾아가서 김 장군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런 일이라면 전화로 하지 일부러 왔느냐고 하며 곧 바로 공군기술학교에 입교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군 복무 중 내내 잘 돌봐주었다. 한번은 사돈 되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역 앞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교통위반을 했다. 교통순경이 다가와서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사돈이 당황해 하는 것을 보고 내가 대신 내려가서 내 신분을 밝히면서 말했다. “내무부 장관이 내 중학교 동창인데, 자동차 접촉사고 정도는 곧 전화를 하면 잘 해결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내무부장관에게 전화를 좀 하게 해 주세요” 그 교통순경이 참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예, 그냥 가십시오”라고 했다. 이렇게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그 그늘도 힘이 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본인들에게는 말한 일도 없고, 은혜 입은 일에 대해 따로 인사한 일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자주 그 이야기들을 하면서 “공부 잘하는 것 못지 않게 친구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잘해주어라. 내가 올라갈 때. 내게 힘이 있고 능력이 있을 때. 인생에서 남는 것은 그것뿐이다. 지난 7월 24일에 재경성주문화사업후원회(회장 신동욱) 정기총회가 있었다. 우중임에도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다. 결산보고서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겨우 회비만 냈었는데 많은 회원들이 거금의 특별찬조를 했었다. 정말 축복 받은 분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울상인데 땀흘려 모은 돈을 선뜻 내어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돈도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향의 문화사업에 기꺼이 던진 돈에 대해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다. 1984년 여름에 남한이 큰 수해를 입었을 때 북한 적십자사가 트럭 725대 분의 쌀과 옷감을 보내준 적이 있다. 그 계산이 어디에 있었던지 간에 그들은 주고 우리는 받았다. 그때는 그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힘이 없다. 그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고 우리는 살이 너무 쪄서 살을 빼느라고 몸부림치고 있다. 조그마한 땅덩어리 안에서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남한과 북한의 경제 사정이 뒤바뀌어졌다고 가정해 볼 때, 그들도 우리처럼 사람이 굶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퍼주기만 하지 말라고 아우성을 칠까? 내가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에게 잘해 주어라.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을 펴라. 주는 것이 남는 것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사도행전 20:35)
최종편집:2025-07-10 오후 05: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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