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면
나도 꽃을 나즈막히 피우겠습니다.
꽃판을 달고 향기도 풍기겠습니다.
이름을 달지 못하는 꽃도 많습니다.
토담 위라고 불만이 있을 리 없구요
속셈이 있어 빨강 노랑 분홍의 빛깔
색색이 내비치는 것은 아닙니다.
메마르고 시든 일상에서 돌아와 그대
마음 환히 열린다면 그만이겠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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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화려하지 않아도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런 사람들을 닮은 꽃도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 망가져 아플 때 꽃이 필요하다.
병실에도 필요하고 살아가는 일상에도 필요하다. 꽃을 소재로 한 예술이 어느 시대
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꽃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증명한다. 꽃 없는 세상을 상상
할 수 있겠는가.
고대광실 높은 기와담이 아니라 낮은 토담에서, 담장 안 주인들의 눈높이로 마주 피어나는 색색의 채송화는 말 그대로 오랜 벗이었다. 시인은 그런 채송화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싶어한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향기를 뿜을 뿐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무욕의 삶은 아름답고 숭고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기쁨일 터이다. 화려하지 않음이 주는 삶의 의미를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넉넉하게 보여주고 있다.
( 배창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