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됐던 ‘한반도대운하’ 건설이 거센 반대여론으로 수면 하에 잠복했다. 찬반 논쟁이 한창 달아올랐던 수개월 전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반면 야당 정치권 인사와 환경운동가, 일부 교수들은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포기할 것을 주장했다. 논쟁의 쟁점은 주로 투자 대 효과 즉, 경제성과 환경문제에 모아졌다. 경제성 측면에서 찬성하는 쪽은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반대측은 3면의 바다를 이용한 해운이 가능한데 천문학적 예산을 투자해 내륙 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예산의 낭비라고 주장했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찬성하는 측은 하천 바닥의 골재를 들어내 수심을 깊게 하는 친환경적 건설로 환경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데 비해, 반대하는 측은 농지침수, 오염, 우기철 물난리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에서 제기하는 주장이 학술적·실제적 검증 여부를 떠나 모두 일리 있는 문제의 제기로 보인다. 얼마 전 서울 나들이에서 도심을 관통하며 잘 정비된 검푸른 한강과 그 위를 미끄러지듯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 수상택시와 강변공원에서 하이킹, 달리기를 비롯한 스포츠, 산책, 낚시 등 다양한 모습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을 보았다. 한강은 거대 도시 서울을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드는 원천이자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자랑거리로 보였다. 이런 풍광을 거의 바닥을 드러낸 채 한반도 중·남부를 관통하는 낙동강에다 그대로 옮겨 보았다. 떠오른 상상의 나래는 말로 다 표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황홀과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사뭇 다른 모습이겠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경제성보다는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또 환경은 보존도 좋지만 인간에게 유익하게 활용하는 것이 보다 적극적인 환경보호대책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필자는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 경제성과 환경문제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극복하는 데 한반도대운하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은 무엇일까? 크게 보아 ‘물 부족’현상 심화와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종합적인 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물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분야에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인 요소다. 오죽하면 생명수, 삶의 원천이라고 표현하겠는가. 지난 세기는 ‘화석에너지시대’였다. 이를 이용해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켰고,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 20세기를 ‘불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현재 60억 인류 중 12억명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보다 두 배나 더 많은 24억명은 비위생적 물을 마시고 있어 매년 300만명 이상이 장티푸스,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재임시절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물은 국가 간의 긴장과 격렬한 경쟁을 유발하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루이스 프레이셔트 사무차장도 2003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대략 20년 후에는 세계 인구의 2/3가 물 스트레스 속에서 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물은 하늘에서 내리는 강우로부터 얻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이면서도 연간 총 강수량의 30%정도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물은 그저 바다로 흘러 보내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갈수기가 되면 한강수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하천은 물 없는 강으로 변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식수난에 허덕이고, 작물의 성장에 장애를 주며, 정화능력을 상실한 하천은 오염이 극심하다. 강바닥이 썩어가고 있는 현상은 모 탐사단에 의해 확인된 사항이다. 반면, 우수기에는 강물이 범람해 제방이 무너지고 농지가 침수되는 등 재해로 인한 피해는 해마다 수천억원에 이른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래의 물 이용, 물의 경제, 물의 환경, 물 관련 재해, 농업용수, 지속 가능한 개발방안, 하천의 이용과 미래 등에 관해 진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한 물을 언제 어디서나 풍부하게 쓸 수 있게 하는 이수관리, 홍수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치수관리, 수변지역 뿐만 아니라 물 속의 건전한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환경관리 등의 종합적 추진이 절실한 때다. 대운하 경제성 이외 이점 많다 제방이 잘 보강된 운하를 파고 평균 수심 6m의 물을 가두면 어떤 변화가 올까? 우선 어마어마한 물을 가두어 이의 상시 이용이 가능하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저수량은 90억톤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 정도 수량이면 만 수위의 소양강댐 3개, 성주댐 2만2천개 이상의 저수량이다. 이를 이용하면 만성적인 농공업 용수 및 식수부족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더불어 내수면 어업, 관광레저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점은 온난화 해소에 상당한 역할이 기대된다. 이미 한반도는 아열대기후대로 진입했다고 할 만큼 뜨거워져 있다.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이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국가 간에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시대가 됐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은 차량이다. 우리나라는 늘어나는 물동량에 비해 도로는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지 이미 오래다. 일각에서는 고속도로 및 전철 등의 추가건설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운하 건설은 그 자체로도 기온하강의 효과가 크다. 통상 저수지는 주변의 온도를 4∼5도 정도 낮춘다고 한다. 또 시급을 요하지 않는 차량 물동량을 상당부분 분담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철도나 도로 건설로 인한 산지 또는 토지 잠식을 막을 수 있다. 환경오염, 홍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운하건설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고 지금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 훗날을 생각하면 대운하건설이 정답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내륙 물길을 터 물류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이 모자라서 일까. 빠른 사막화가 조바심을 부추긴 모양이다. 국가발전은 과학이론이나 기술수준 보다는 변화와 창조를 갈망하는 국민적 의지가 바탕이 된다. 현장감각이 부족한 학술적 논리에 발목을 잡히거나 정치인의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에 매몰되어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검푸른 낙동강에 컨테이너 운반선과 유람선이 떠다니고 수변지역에서는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그 날은 언제쯤 올까. 왜 한강은 되고 낙동강은 안 되는지 생각할수록 이해하기 힘든다.
최종편집:2025-07-10 오후 05: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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