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주전쯤인가 팔순 노인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계단을 오르느라 숨을 몰아쉬는 어르신 손에는 두툼한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어르신이다.
어르신은 서류를 펼쳐 놓으시면서 삼산리 일원에 생활폐기물소각장과 축산폐수처리장을 건립해서는 안 된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서류는 집행부와 의회에 제출한 진정서와 주민의견서였으며, 200여명의 연서가 첨부돼 있었다. 서류에 담긴 내용은 본보 476호에 소개한 바 있다.
어르신은 “8순을 넘긴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며 반대명분의 진정성을 나타낸 뒤 “부당한 내용을 보도해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소각장 건립과 관련하여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소각장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팔순 노인의 격정이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취재를 결정하고 관련계획과 사실을 확인했다. 마침 기회가 있어 김천 생활폐기물소각장도 둘러봤다. 그리곤 곧 고민에 빠졌다. 어르신이 제기한 사유 중 적어도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점, 매립에 비해 소각장 운영이 훨씬더 이점이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동행한 이들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어르신의 열정과 주민들의 우려, 공익을 위한 군정의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 민감한 사항을 자칫 잘못 전달할 경우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군정수행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못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주는 것이 신문의 사명이자 생명이고 기자의 양심이라는 생각에 소각장의 필요성과 건립계획, 주민의견, 시설탐사결과, 이점 등을 기자가 본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게 된 것이다.
염려스러운 점은 본 기사를 접한 어르신과 삼산리 주민, 연서한 분들의 노여움과 오해다. 소각장 건립에 따른 부당한 점의 보도요청을 수용하기는커녕 상반된 보도에 적잖은 실망과 함께 결탁에 의한 의도적 왜곡보도라는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 관해서 언론의 경험은 2년 반 남짓하지만 명예와 명분, 분별을 중시하는 30여년의 공직경험을 가진 기자와 군민의 신문임을 자부하는 14년 역사의 성주신문사 명예를 걸고 결단코 사실과 다른 보도가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주민들의 반론을 적절히 설득하고 소각장을 여하히 건립하는 문제는 군청의 몫이다. 주민들도 보다 큰 틀에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공익을 위한 양보의 미덕과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는 플러스섬(Plus Sum)의 묘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의감에 열정을 보여주신 어르신께는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